정녕호 박사<br>(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br>
정녕호 박사
(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범을 말한다. 

이러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 전반에 적용되는 대원칙이며, 국가계약법에서도 이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공사계약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2016년(대법원 2013다23617, 판결)을 통해 해석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시설공사계약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이 회계예규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기초예비가격을 산정해 낙찰자가 불가피하게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공사비를 지출하는 등으로 손해를 입은 사건의 판결에서이다. 

이 판결 이전 법원의 태도는 ‘회계예규는 국가가 사인과 사이의 계약관계를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계공무원이 지켜야 할 계약사무 처리에 관한 필요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계약담당공무원의 실무 준칙에 지나지 않는다.’는 국가계약법의 법적성격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비록 담당공무원이 이 준칙을 위배했더라도 국가가 계약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는 ‘표준품셈이 정한 기준에서 예측 가능한 합리적 조정의 범위를 벗어난 방식으로 기초예비가격을 산정했음에도 그 사정을 입찰공고에 전혀 표시하지 아니했고, 낙찰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입찰에 참가할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국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입찰공고 등을 통해 입찰참가자들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하면서 그럼에도 국가가 그러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채로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경우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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