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처지를 옹색하다 말고, 태어난 바를 싫어하지 마라
무협기소거 무열기소생(無狹其所居 無厭其所生) -노자 72장 애기(愛己)

이소영<br>문화로드 대표<br>교육학박사<br>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속 좁게 아등바등하다보면, 그렇게 태어난 것도 원망하게 된다. 즉, 자기 만족을 위한 욕심으로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노자는 남이 소라고 부르면 소가 되어주고 말이라고 부르면 말이 되어 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남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에 도량 넓은 자세로 대하면 어떤 처지라도 안절부절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이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사람은 흔히 과거가 좋았다거나 만약 다른 곳에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요즘에는 특히나 더 자주 과거의 사소한 것까지 다 좋았던 것처럼 그립고 되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 젖곤 한다.

10년 전 2010년에 개봉한 ‘미드나잇 인 파리’란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극작가인 주인공 ‘길 펜더’는 파리로 여행을 온다. 길은 극작가로서 기계처럼 글을 쓰는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는 황금시대(golden age)라고 불렸던 1920년대를 동경하며 파리에서 소설가로 살기를 원한다.

혼자 걷던 그는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밤 12시 종이 울리자 나타난 오래된 차 ‘푸조’에 올라 1920년대로 가게 된다.

유명한 작가와 소설가들이 모여 있는 살롱에서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널드와 그의 부인 젤다, 헤밍웨이를 만난다. 길은 헤밍웨이에게 자신이 쓴 소설을 읽어봐 달라고 청한다. 헤밍웨이는 별로면 별로라 싫고 잘 썼으면 부러워서 더 싫겠지 라고 거절한다.

헤밍웨이 대신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소설을 읽어봐 달라고 부탁한다.

이 영화의 재미는 주인공 길이 만나는 예술가와 작가들이 2010년에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길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헤밍웨이는 평소 존경하던 위대한 작가여서 꼭 그에게 소설가로서의 자질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현재와 1920년대를 오가며 길은 작곡가 콜 포터, 작가 주나 반스, T.S. 엘리엇, 화가 피카소와 달리 등 여러 예술가를 만난다. 그러다 피카소의 애인 아드리아나를 보고 반한다.

그녀는 현재(1920년대)는 지루하다며 ‘아름다운 시절(Belle Epoch)’이라고 불렸던 1890년대를 동경한다. 길과 아드리아나는 더 오래된 차에 올라 1890년대 ‘막심’ 레스토랑에 가게 된다.

‘막심’에는 화가 로트렉, 드가, 고갱이 있다. 고갱은 현재(1890년대)는 공허하고 상상력이 없다며 르네상스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드리아나에게 발레복 디자이너를 해보라고 권한다.아드리아나는 1920년대로 돌아가지 않고 1890년대에 살면서 ‘아름다운 시절’의 시작을 경험해 보겠다고 한다.

길은 1890년대에 살다보면 그곳이 곧 현재가 되고 환상은 사라지고 불만과 지루함이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드리아나는 1920년대가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것을 믿지 못한다.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에 남고 길은 2010년으로 돌아온다. 아드리아나는 과거 속에 사는 사람, 이전 시대에 살았으면 더 행복했을 거라 믿는 사람이다.

길은 아드리아나와는 다르다. 길은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쓰기 전에 먼저 그와 유사한 작품을 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수많은 작가들이 걸어 온 토대 위에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이다.

현재는 어떻게 전개될지 정해져 있지 않고 불확실하다. 현재가 지루하다는 생각은 지금이 계속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마음을 두고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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