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존중이 범죄시되는 경제 환경
상태바
기업 존중이 범죄시되는 경제 환경
  • 김주영 기자
  • 승인 2021.01.1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신은 거래 비용을 두 배로 만든다.” 존 휘트니 (John O. Whitney) 콜롬비아대 경영학과 교수가 남긴 말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건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모습이다.

국민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지쳐만 간다. 정부의 엿가락 같은 방역대책 수위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노동계에서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갈등 양상이다. 

신뢰가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빛나게 만드는 열쇠임에도 우리 사회는 각자의 입장에 사로 잡혀 분열과 대립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처벌 위주다. 특히 건설현장의 현실을 안다면 처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공사기간에 쫓기기 다반사. 또 불평등한 ‘원-하도급’관계로 제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중 삼중 규제로 손발을 묶을 뿐이다.

정부는 이미 사고 사망 위험률이 높은 건설현장에서의 안전 강화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주 처벌 형량을 설정했다. 그 동안 많은 건설 안전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예방시스템을 마련했음에도 처벌만 강화하면 건설현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국회에 가히 묻고 싶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토는 있었는가?’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된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이뤄졌는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면 경제 환경은 당연히 위축될 것이다. 산재를 피하려면 기업들이 스스로 몸을 사려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 존중 사회’를 외치는 사이 ‘기업 존중’은 범죄시되는 사회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산업안전감독관은 대규모 증원됐다. 불시 점검하는 현장순찰방식도 도입됐지만 여전히 산재는 끊이질 않는다. 참여자들의 안전 인식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오로지 사업주 처벌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는 판단은 그야말로 ‘오판’이다.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분위기,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갑, 대기업 등 경제적 우위에 있는 기업에 약자가 끌려가는 사슬을 먼저 끊어야 한다. ‘공정거래’가 경제-노동계에 필수조건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오고 더욱 가혹하기 마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경제적 재난’은 ‘중소기업’ ‘하도급업체’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 법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