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호 박사<br>(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br>
정녕호 박사
(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

근대시민국가 성립 이전의 국가는 억압 특히 신분제를 바탕으로 불합리한 지배의 전형이었다. 이후 시민혁명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보장을 기본목적으로 하는 입헌국가의 탄생으로 인해 국가는 억압이 아닌 질서보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질서보장을 위해 폭력적 제재수단을 독점하는 국가는 여전히 억압적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국가와 시민과의 관계는 권력작용이 미치는 공법관계와 시민과 국가가 원칙적으로 평등한 사법관계의 이중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국가계약법은 이러한 이중구조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는 법률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약칭 국가계약법은 1961년 제정된 예산회계법 내용 중 계약에 관한 내용을 분리하여 정부조달시장 개방을 기본내용으로 하는 WTO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국제입찰의 범위, 내국민대우 및 무차별원칙 등을 국제규범에 맞추고자 제정한 법률이다.

이 법은 정부의 회계기관,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에 대한 절차적 훈시규정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이 법을 위반하더라도 직접 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국가가 계약의 당사자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부여받지는 않으며, 국가도 기본적으로는 사인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계약의 당사자일 뿐이다.

그러나 국가계약은 국민의 혈세로 된 재정이 사용된다는 점, 국가는 단순히 경제적 목적만을 위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주체가 아닌 점, 공익은 계량화하기 힘들고 기본적으로 장기적 효과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적자치의 원칙과 당사자 대등주의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가계약에서는 일반사법관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특별한 통제수단을 두고 있다.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하고 이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국가계약법에서 나타나는 공법적 성격의 대표적 규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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