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마음과 몸의 괴로움을 끊는 칼이다.
지혜이검(智慧利劍) - 현각(玄覺) 증도가(證道歌)

이소영<br>문화로드 대표<br>교육학박사<br>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지혜(智慧)는 알고 있는 것을 겉으로 빠르게 표현하는 것으로 슬기로움이다. 슬기는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일을 잘 해결해 내는 능력이다.

마치 예리한 칼이 사물을 쉽게 베어버리듯 지혜가 일체를 날카롭게 관조하고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유다.

진리를 체득하거나 깨치기를 증(證)이라 하는데, 이에 대한 이치를 노래로 표현한 것이 증도가(證道歌)이다. 증도가에서는 병혜검(秉慧劒), 지혜의 칼을 잡으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한다.

2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창밖으로 맞은편 아파트에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무심히 바라보다 한집도 빠짐없이 불이 다 켜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멀어서 불빛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원해서이든 강제이든 가족이라도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함께 하다보면 괴로움이 생길 테니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살아가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올해 시즌2를 방영한다고 한다. 5명의 동기 의사들이 주연인 시즌1은 정말 슬기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 많아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커 벌써 기다려진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은 희망보다는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위로를 주고 든든한 마음을 전해준다.

병원에서는 의사간에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은 선배가 후배를 야단치고 나무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다르다. 드라마에서 실력이 좋은 익준은 수술을 끝내고 나오다 옆 수술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을 감지한다.

익준은 후배의사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하지 않는다. 옆 수술실로 들어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후배 의사는 도움을 요청하고, 익준은 기꺼이 돕는다. 익준은 후배의 실수와 부족함에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후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한다.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후배의사는 선배에 대한 믿음으로 든든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익준의 슬기는 후배의사가 자책에서 벗어나 부족함을 채우려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한다. 후배의사는 자신을 돌볼 줄 알고, 나중에는 익준처럼 남도 돌볼 줄 아는 선배가 될 것이다. 실수와 부족함을 잊지 않고 수많은 노력과 경험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익준의 지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단숨에 해결하는 검으로 작동한다.

대부분의 병이란 문제는 의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치료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절망하거나 심한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환자가 치료에 협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몸과 정신의 병든 부분뿐만 아니라 처해진 모든 상황을 고려해 문제의 본질을 보면서 판단하고 해결하려는 슬기로운 태도를 보여준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접하는 지혜를 실천할 생각은 못했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복닥거리는 가족들과 슬기롭게 보내기보다 괴로움을 더 많이 느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을 다시 보면서 슬기를 배워 지혜를 검처럼 손에 쥐어야겠다. 건너편 아파트, 아니 모든 집집마다 ‘슬기로운 집콕생활’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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