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고통스러웠던 경자년이 저물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품었던 계획들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감염병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세계는 단절됐고, 경제는 그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껏 북적거려야 할 연말연시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지 이미 오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생활마저 제약되면서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호소할 지경이다.

건설산업도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건설현장은 즉각적인 폐쇄조치로 공사일정에 차질을 빚었으며, 이라크 등 해외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주요 건설사들도 하반기 들어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소건설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진은 건설물량 축소를 가져왔고, 이는 다소 개선조짐을 보이던 중소건설업체 간 출혈경쟁과 원청기업의 갑질(불공정행위)이 재현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미처 준비가 부족했던 주52시간 제도 시행과 관련, 계도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는 상황에 이르자 안 그래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건설업체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삼중·사중 처벌’ ‘연좌제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또한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업인들의 고뇌는 더 깊어만 간다.

그나마 연말 들어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미국, 유럽 등을 시작으로 접종이 시작됐으며, 우리나라도 1분기 중에는 백신투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그동안 미뤄져왔던 건설공사들도 내년부터는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력근로제 적용기간도 6개월로 확대되면서, 주52시간 근무와 일요휴무제 시행에 따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울하고 고통스러웠던 ‘경자년’이 저물고 있다. 12월 31일 마지막 해가 코로나19로 인한 생채기들도 함께 품고 사라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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