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과 관련된 제도 개선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달초 하도급 갑질을 일삼는 경우 과징금을 최대 1.5배까지 더 부과할 수 있게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 기준은 하도급법 위반 행위가 반복·지속된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효과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과징금을 최대 1.5배까지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 주 내용이다.

이어 공정위는 지난 17일 하도급대금이 부당하게 감액된 경우 하도급업체가 부당 감액된 대금 지급을 원도급업체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 등 8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 제·개정안을 확정했다. 모두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다.

하도급업계는 공정위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환영은 하지만 반응은 냉소적이다. 현실에서는 과징금 부과기준 강화가 불공정행위 예방에 어떤 효과를 낼지 의문이고, 불공정 행위로 적발된 경우 공정위가 행정처분 등을 내려도 겁을 내지 않는 원도급업체들이 하도급업체의 하도대 청구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뻔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 21일 발표한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건설분야 응답자들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한다고 응답했지만 일부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설문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0%는 현실과의 괴리를 들었다. 이는 표준하도급계약서가 특약을 금지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원도급자는 이같은 내용을 현실과 동떨어진 사항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절대 약자인 하도급업체들은 원도급자의 온갖 불공정 행위를 감수하다가 피해가 누적돼 기업이 도산할 위기에 처할때나 관계당국을 찾아 신고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신고건수는 실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에 비해 빙산의 일각이라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공정위에 신고한 사건이 몇년이 걸린끝에 불공정행위로 판결이 내려졌다 해도 피해보상은 민사소송을 통해 받아야 한다. 원도급업체는 배상판결이 나도 떼어 먹었던 돈을 물어주는 것이니 손해날 것이 없다. 거기에 법정소송은 오랜 시일이 소요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하도급업체가 제풀에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원도급업체로서는 꺼려질 게 없다.

이런 과정과 내용을 공정위는 잘 알면서도 하도급업체를 외면한 것이다.

공정위는 절대 약자인 하도급업체들이 마지막에 찾는 최후의 보루이다. 지금부터라도 불공정행위로 인한 모든 피해는 반드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변제토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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