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호 박사<br>(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br>
정녕호 박사
(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

현행 하도급법은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함으로써 대물변제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이 규정은 2017년 개정한 것으로 이전에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해서는 아니 된다.’이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의 내심과 달리 대물변제를 원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게 함으로써 합법적인 대물변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작용이 있어왔다.

이에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해’라는 문구를 삭제해 하도급대금에 대한 대물변제의 여지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원사업자가 발행한 어음 또는 수표가 부도로 되거나 은행과의 당좌거래가 정지 또는 금지된 경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대물변제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급사업자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게 됐다.

‘진의 아닌 의사표시’란 사적자치를 기초로 하는 법률행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의해 성립하는데 이는 의사표시가 표의자 의사와 일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행위자의 의사에 따라서 그가 원하는 대로 사법상의 효과가 발생해야 사적자치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법률행위의 불가결한 요소인 의사표시는 표의자의 내심적 효과의사인 진의가 그대로 외부에 표시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의사와 표시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의 거래행위에서는 표의자의 내심의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계약당사자 중 한쪽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하도급거래에서도 수급사업자의 내심과는 달리 대물변제를 원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라는 원사업자의 행위가 있었다면 대물변제 약정은 무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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