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의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도 얻지 못한다.’
무대의자 무대각 (無大疑者 無大覺). 홍대용, ‘담헌서’ 중에서

 
이소영<br>문화로드 대표<br>교육학박사<br>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홍대용은 조선시대 과학자이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는 네모나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대용은 누구나 상식이라 여기는 지식에 회의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우주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렀다. 쉽게 믿은 사실은 다른 사람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는 판단의 도구일 뿐이지 자신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마음에서 깨달음이 시작된다.

확신을 가지면 결단력이 생긴다. 그렇지만 확신이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 틀의 범위 안에서만 진실일 뿐이다. 무엇을 확신하기에 세상을 넓고 크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역도 많다.

한 가지 사실에 지속적으로 확신을 가지다 보면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스스로에게 ‘이게 전부인가?’라고 의심을 품고 질문을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만난 일반 시민을 즉석에서 인터뷰하고 퀴즈를 내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퀴즈는 핑계이고 퀴즈를 내고 맞히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사람에 대한 여행이 목적인 프로그램이다.

최근 84회에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월드클래스(세계적인 수준)’라 불리는 사람들이 나왔다. 김치 가루 업체 대표, ‘아기상어’ 제작사 부사장, 배우 주지훈, 드라마 작가 김은희 등이 출연해 도전과 열정 넘치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계적인 수준이란 앞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하고, 모델이나 참고할 만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세계적 수준이 되는 과정에서의 공통점은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에 답을 하지만 질문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면 그 사람은 답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이는 단편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질문을 만들면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되어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사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생각을 자극해 남들보다 먼저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점심 메뉴 정하기 같은 사소한 것부터 진로나 결혼, 업무 등 중요한 것까지 다양하다.

이때 멈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이 결정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지?’ ‘미래에도 같은 결정을 할까?’ ‘10년 후에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사소한 결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좋은 질문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에 대한 정의를 다시 묻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통념에 저항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에 ‘과연 그런가?’라고 질문을 하면 ‘좋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좋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해도, 의심이 들면 말을 얼버무리기보다는 자세히 질문하고 분별을 구해야겠다. 그래야 나에게 좋은 것과 남들에게 좋은 것을 정확히 깨닫고 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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