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br>이가ACM건축사사무소<br>대표이사<br>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에 살벌한 다툼과 끔찍한 일까지도 벌어지곤 한다.

일부의 문제라 보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이다. 사실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층간소음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평상시는 물론이고, 늦잠을 자고 싶은 주말아침 단잠을 방해받을 경우에는 화가 치솟기도 한다.

문제가 이미 일상이 됐는데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심각한 것이다. 

국가나 사회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단순히 일부 아파트의 부실공사 때문이라고 건설사와 기술자에게 책임으로 떠넘겨 왔다. 이를 두고 업계나 학계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슬래브의 두께와 강성을 높이고, 바닥 충격음의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진패드를 반영하는 각종 특허, 신기술 개발 등의 기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변명을 해서라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층간소음의 근본은 기술적인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층간소음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웃 간의 갈등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필자 본인도 큰 피해자 중 한사람이 됐다. 현재 살고 있는 신도시의 아파트에서 1년 만에 층간소음 문제로 다시 이사 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너무도 속상한 일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층간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의 역사와 같이한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품질이 지금보다 훨씬 못했을 70~80년대의 아파트는 희소성과 더불어 단독주택의 열악한 주거성능에 비해 상대적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층간소음은 삶의 만족도에 묻혀 양해될 수 있는 것이었고, 이런 문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웃 간의 커뮤니티가 지금보다는 잘 형성돼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뛰는 소음 정도로 불쾌한 다툼이 벌어지는 일은 적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아파트생활을 많이 하고 있는 북한의 실정이 궁금해서, 북에서 온 탈북자를 만나 질문해 본적이 있다.

특히 북한의 고위직으로서 평양의 고급아파트에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이분의 말에 따르면 “윗집 아랫집 할 것 없이 피아노가 다들 있는데 피아노 연주소리가 어찌나 잘 들리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니 층간소음은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어떤 불평을 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해서 윗집과 다투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음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면, 북한의 주택은 대부분 국가가 지급하는 형식으로 돼 사유물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자신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굳이 불평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이를 우리의 문제에 대입해 본다면 층간소음과 관련된 사회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층간소음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신도시 개발과 함께 아파트의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경제적, 문화적 소비수준이 높아질 무렵부터 일 것이다. 이 시기에 아파트 생활의 패턴이나 의식이 많이 바뀌기도 했다.

특히 핵가족화가 본격화 되고 이웃과의 소통보다는 아파트의 편의성에 집중하여 각 세대 안에서의 만족감을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집집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아파트 생활에 적합한 고급 가전제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파트의 근본적인 성능을 개선시킬 수는 없었다. 바로 ‘층간소음’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렵게 한 것은 이미 멀어진 이웃과의 관계이다.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는 큰돈을 지불한 아파트의 소유자들에게 이렇게 차음성능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파트는 구조적으로 충격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동된 견해이다. 따라서 우리의 근본 문제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

온돌문화에서 시작된 우리의 주거문화가 그대로 아파트에 적용되어온 것에 대한 문제, 즉 서양의 주거문화에서 볼 수 있는 바닥 카펫의 사용이라든가 슬리퍼를 사용하는 습관 등은 우리와 다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소음을 근본적으로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술적 또는 비용적으로 너무 많은 소모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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