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유와 협박에 의한 진술서는 무효

이봉구<br>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br>
이봉구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국세청은 납세자와 견주어 비교할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과세관청에 실지조사권 등 여러 가지 막강한 권한이 부여돼 있기 때문에 조사관들의 권한이 남용되는 경우에는 납세자의 경영활동이 마비되는 등 납세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여러 가지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세무조사관의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음에도 실제 세무조사 현장에서는 조사관들의 권한이 남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A세무서 김모 조사관은 세법과 세무조사에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안 씨를 상대로 처음에는 자금출처와 증여세를 들먹이며 조사하다가 원고가 배우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양도한 것이 확인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게 되자, 나중에는 방향을 바꾸어 “조사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니 매출누락과 영업권 감가상각 중 하나만 과세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안 씨을 회유했다.

세무사의 아무런 조력 없이 조사를 받고 있던 안 씨는 최소의 부담으로 하루빨리 조사를 마쳐야겠다는 일념에서 실체적인 진위와는 상관없이 그저 조사관이 요구하는 대로 맞추어 진술서와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안 씨가 작성한 진술서와 확인서는  협조를 하지 않으면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다른 내용을 더 파헤치겠다는 조사관의 협박에 따라 작성한 것이었다.

세무조사가 종결된 후 안 씨는 관할세무서로부터 수억원의 납세고지서를 통지받았다.

억울하게 납세고지서를 받아든 안 씨는 국세청, 조세심판원의 조세불복과정을 거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에서는 납세자가 스스로 작성한 진술서와 확인서를 이유로 관할세무서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법원은 안 씨가 작성한 진술서와 확인서는 모두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로 안 씨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됐거나 세무처리상 불이익을 두려워한 나머지 작성된 것”으로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사고과 평가 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조사관들은 때때로 조사실적을 고양하기 위해 무리한 세무조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을 알고있던 김현준 전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시 세금추징실적을 심사분석평가자료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선진세정을 위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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