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 방지위한 ‘환기설비 고도화’ 법·제도 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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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확산 방지위한 ‘환기설비 고도화’ 법·제도 정비 필요
  • 안광훈 기자
  • 승인 2020.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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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기계환기설비 고도화의 필요성과 입법과제 토론회 ① - 주제발표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코로나시대, 기계환기설비 고도화의 필요성과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본지 정달홍 발행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코로나시대, 기계환기설비 고도화의 필요성과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본지 정달홍 발행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2일 박상혁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코로나 시대, 기계환기설비 고도화의 필요성과 입법과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유호선 원장과 성균관대 송두삼 교수,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조현일 전무가 각각 환기의 필요성과 효과, 입법 과제 등에 대한 토론 주제내용을 발표했다.

또 서울대 김민수 교수의 사회로 국토부 김광림 건설산업과장과 서울시 장덕석 건축설비팀장, LH 이제헌 공공주택설비처장, 국민대 한화택 교수, 우원엠앤이 황동곤 소장 등 5명의 패널이 토론을 이어갔다.

유호선 원장 “환기는 비용효율적 감염병 통제 방식”

유호선 원장.
유호선 원장.

◇ 환기, 왜 필요한가?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4000만명이 훌쩍 넘어 섰으며, 사망자가 100만명이 넘었다. 우리나라도 이미 3만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펜데믹은 전 세계 경제도 뒤흔들고 있다. 올 세계경제 전망치는 마이너스 4.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선진국가도 평균 -5.8%의 역성장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월 7일 코로나19의 공기 전파를 처음으로 인정했고,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지난 10월 5일 공기 전파를 인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 사례를 보더라도 공기 중 전파를 의심케하는 여러 가지 정황들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는 생활방역 수칙으로 ‘3밀(밀집, 밀접, 밀폐) 피하기’를 제안했는데, 이러한 3밀이 중첩되는 곳이 바로 불특정 다수가 밀집하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환경은 주로 ‘다중이용시설’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집단 확진자 발생이 나타난 곳은 주로 종교시설, 의료기관, 방문판매업체와 함께 커피전문점이나 분식집, 실내체육시설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이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통제하는 체계로는 개인보호장비(장갑·마스크 착용), 행정적 통제(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공학적 통제(환기, 음압병실), 대체, 제거(백신, 치료제) 등의 단계가 있다.

이 중 공학적 통제인 ‘환기’는 실내환경에서 코로나19의 공기 중 전파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통제 수단 중 하나다. 특히 환기는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통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 중 에어로졸 연구분야 권위자인 킴벌리 A 프래더 교수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건 공무원들은 환기와 여과기능을 이용한 실내공기 개선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환기가 공기 전파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WHO는 환기와 관련된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도 ‘코로나19 예방 행동수칙 10’에서 환기가 안 되고 많은 사람이 가까이 모이는 장소는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에는 공간의 환기 가능 여부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환기설비의 설치와 운전에 대한 지침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기계설비업계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환기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방안 중 하나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환기설비 고도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환기의 중요성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환기는 비용 효율적인 감염통제 수단으로, 다른 방법들과 병행할 경우 매우 효과적이며 미세먼지 대책과도 연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환기설비의 보완, 추가설치, 운전의 법제화 등을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며, 환기와 관련된 법규와 정책을 일원화, 체계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두삼 교수 “적절한 환기로 감염률 낮출 수 있다”

송두삼 교수.
송두삼 교수.

◇환기, 실내감염 확산 방지 효과
세계보건기구는 그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감염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공기 중 전파를 부정해왔지만, 지난 7월 브리핑을 통해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 중국 광저우 식당과 우리나라 파주 스타벅스 사례를 보더라도 에어컨 기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감염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해당 공간에 머물렀던 체류 시간이 감염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감염성이 정량지표로 ‘최소감염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는 한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최소 입자수를 의미한다.

바이러스의 최소감염량은 바이러스의 농도, 노출시간, 숙주의 면역상태, 바이러스의 병원 독성 등에 의해 결정되는데, 환기를 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배출됨으로써 바이러스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감염률과 감염성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감염병 환자를 수용한 베트남 박마이 병원의 사례가 환기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박마이병원에는 감염병 환자를 수용할 음압병동이 없었지만, WHO의 조언을 받아 감염환자 입원병실의 창문을 개방하고 선풍기를 이용해 환기를 실시했다.

이상적인 감염 방호체제를 갖출 수 없는 상태에서 26명의 사스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실내 공기를 환기한 덕분에 의료진 중 누구도 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환기가 실내 감염 확산을 얼마나 방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실험결과도 있다.

학교 교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는데, 정부에서 권장하는 1/3 이상 창문 개폐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창문 개폐 정도에 따른 환기효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실내 환기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활용되는 것이 ‘환기횟수’라는 개념인데, 이는 1시간당 어느 정도의 신선한 외기가 실내로 유입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험은 창문 개폐율(0%, 15%, 30%, 100%)에 따른 교실 환기량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단방향, 양방향 환기에 따른 환기량 분석, 상부창, 하부창 개폐에 따른 교실 환기량 분석으로 나눠 진행됐다.

외부의 바람이 약하거나 실내외 온도 차가 적어 교실환기량이 적을 경우에 대비해 복도 창에 배기팬을 가동하는 경우에 대한 교실 환기량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창문을 15% 열었을 때에는 환기횟수가 6~7회 정도로 나타났고, 30% 개방했을 때에는 10~11회, 100% 개방했을 때에는 30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단방향으로 할 때보다 양방향으로 환기가 이뤄지도록 할 때 그 효과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재실시간이 길어지면 감염률이 더 높아지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무조건 감염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환기가 감염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실험 결과를 토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포집·살균 기능을 갖춘 전열교환형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련 기준을 정비하고, 공공시설이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시설 등에 고도화된 환기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조현일 전무 “산재된 기준 ‘기계설비법’으로 일원화”

조현밀 전무.
조현일 전무.

◇ 다중이용시설 등의 환기설비 법제화 방안
불특정 다수가 모이고 적절한 환기가 안되는 다중이용시설 내의 감염은 해당 장소에서의 1차 감염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내 등 특수환경에서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미생물학회 학술지에서는 필터를 장착한 환기장치를 통해 건물 내 외기 비율을 개선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미국 공조덕트시공자협회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환기율, 여과법, HVAC장비, 실내 공기질 관리 등의 부문에서 엄격한 절차를 통해 실내 공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공기 여과도 감염을 완화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MERV 13 등급 이상의 필터를 사용하거나 공조설비 성능을 최대로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과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트 등에서도 어린이들의 안전과 학교의 안전한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학교 건물 환기 빈도를 높일 것’을 공동 권고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초중고 학급 중 기계식환기설비의 보급률은 불과 15%에 불과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에는 학교 시설 환경에 따라 자연환기, 실별 독립식 기계환기설비 설치, 중앙 기계실을 통한 기계환기설비 구축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MERV16 등급 이상의 필터를 사용하는 기계환기설비로 개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근원지로 꼽히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현행법을 살펴보면, 국토부 소관의 ‘건축법(다중이용건축물)’과 환경부 소관 ‘실내공기질법(다중이용시설)’, 소방청 소관의 ‘다중이용업소법(다중이용업소)’이 있다.

하지만 다중이용 대상 범위가 부처별, 법령 별로 혼재돼 사용되고 있어, 건축법 상 규정돼 있는 ‘기계환기설비 설치기준’이 적용되는 대상 범위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축법 상 다중이용건축물에 해당하는 교회시설과 단란주점, 유흥업소, 노래연습장 등 다수의 다중이용업소가 기계환기설비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또 건축법에서는 신축 건축물의 최초 인허가 단계에서만 ‘기계환기설비 설치’를 규정하고 있어, 사후 유지관리와 점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건축물과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관리체계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에 반해 소방안전시설의 경우에는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특별법을 통해 시설의 인허가 단계부터 사후 유지관리, 점검까지 관리하고 있다.

특히 현행 ‘기계환기설비 설치기준’ 마저도 기계설비를 통한 시설의 필요 환기량만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에 대한 기술이 반영돼 있지 않다. 때문에 코로나19 등 시대적 변화에 요구되는 기계설비의 기술적 사항을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산재돼 있는 기계환기설비에 대한 설치 대상 범위를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계설비에 관한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를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기계설비법을 통해 기계환기설비의 설치기준과 명확한 대상 범위를 정립함으로써 혼선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종교시설, 관광숙박시설, 단란주점, 유흥업소 등에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하도록 해 집단감염과 미세먼지 확산 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신축, 증축 등의 인허가 시 적용되고 있는 기계환기설비 설치기준을 설치 후 유지관리, 성능점검 단계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계환기설비가 설치된 후에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됨으로써 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계환기설비 설치기준을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술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기계설비의 설치 및 점검에 관한 규정을 기계설비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를 관장하고 있는 기계설비법 조문으로 신설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다른 법령과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기계설비에 관한 각종 기준을 ‘기계설비법’으로 일원화해 통합,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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