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폐쇄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고리원전 해체사업자인 한수원은 지난 7월부터 60일 동안 고리원전 1호기 해체계획서 초안에 대한 공람절차를 거치고, 20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주민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서 도출되는 주민의견을 반영해 해체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가진 원자안전위원회에 최종해체계획서를 제출, 승인받게 되면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해체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국가는 영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해체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리원전 1호기 해체사업이 비방사성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종적으로 원전 해체가 마무리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15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비방사성 구역에 대한 해체사업부터 시작되면 공사 진행과정에서 쌓은 경험치를 토대로, 방사성구역에 대한 해체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다행히 한수원이 마련한 고리원전 1호기 해체계획서 초안에는 이처럼 단계별로 추진하는 ‘콜드 투 핫(Cold to Hot)’ 전략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 투 핫’ 방식이란 방사성 오염 수준이 낮은 곳부터 해체, 철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고리원전 1호기는 사무동, 터빈건물 등 비방사성 구역 내부 계통부터 철거를 시작한 후 원자로 건물 등 오염 구역 내부계통으로 철거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방식은 작업자의 피폭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해체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국내 원전 중 2030년까지 영구정지 대상이 되는 원전은 총 21기. 원전 1기의 해체비용이 최소 6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2030년까지 영구정지되는 원전 해체비용은 약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원전해체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쌓은 해체 경험은 400~500여기에 이르는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계적 사업 추진은 오랜 세월 원전건설 과정에서 축적돼 온 플랜트 업계의 기술력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무쪼록 고리원전 1호기 해체사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는 플랜트 산업계의 ‘희망의 등불’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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