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 시너지…오픈 이노베이션 추구”

서울시 과학기술 분야의 싱크탱크인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 2018년 12월 출범해 서울 시민의 안전과 미래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며 서울시의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후 열수송관 파열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지하관로 첨단 손상 감지 시스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마스크 필터 대체 기술 등 생활밀착형 기술 연구를 통해 미래를 선도할 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대 원장을 맡은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장은 연구원의 향후 목표로 “다양한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융복합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혁신 연구원으로 거듭나 서울시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적 기술 아이디어 가진 시민 누구나 참여 ‘신기술접수소’ 운영

작년 400건 이상 접수…스마트공사 앱 등 27건 실증기술 최종선정

세계 최초 지하관로 첨단 손상감지시스템 등 생활밀착형 기술 개발

건설 신기술 적용 활성화 위한 ‘스마트 건설 플랫폼’ 개발 추진도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 원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서울기술연구원에서 〈기계설비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정흡 기자 jh@

◇ 신기술접수소 효과 ‘톡톡’

서울기술연구원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 플랫폼 ‘신기술접수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실시된 ‘신기술접수소’는 명칭 그대로 시민들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필요한 기술을 공모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구원은 사업성 등을 검토해 기술을 선정하고 테스트베드를 제공한다.

지난해 400건 이상의 기술이 접수됐고 스마트 건설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공사 앱 등 27건의 실증 기술이 최종 선정됐다. 올해 심사가 통과된 기술은 20건이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보건마스크 핵심 재료인 MB(Melt Blown)필터가 부족해 마스크 공급에 차질이 생겨 마스트 대란이 발생하자 연구원은 대체 필터 및 신개념 마스크 기술 선정을 위해 국내·외 크라우드소싱 기술 공모를 실시했다. 그 결과 MB필터 대체기술(PTFE기반 필터기술) 1건과 신개념 마스크 기술 6건(국내 3건, 국제 3건)을 성공적으로 발굴했다.

고인석 원장은 “연구원의 기술 공모 사업은 혁신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국제 마스크 기술 공모’를 실시해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종 감염병 위험과 같은 복합 재난뿐만 아니라 도시 노후 인프라 등에도 다양한 기술 개발과 전문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원은 도시 노후 인프라 관련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8년 고양시 백석역에서 발생한 노후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시공된 지 27년이 지난 노후 배관이 사고 원인으로, 이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서울기술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지하관로 첨단 손상 감지 시스템을 개발하며 노후화된 구조물의 유지관리를 보다 손쉽게 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고 원장은 “그동안 열수송관과 같은 기반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었다”며 “연구원에서 개발한 첨단 손상 감지 시스템은 매설된 열수송관의 손상 정보와 위치를 즉시 파악하고 IoT 센서망을 통해 관리자에게 즉시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기존의 육안 점검 방식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스마트 기술이다. 지하에 매설된 관로의 손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파열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연구원은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하시설물 통합안전관리 대책과 연계해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한강 교량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실증할 예정이다.

고 원장은 “연구원의 기술 1호인 만큼 시설물 유지관리의 효율화를 통해 많은 예산을 절감하고 생산성과 안정성이 강화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우리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스마트 건설 플랫폼 개발 주력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 산업에도 스마트 건설 기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도 건설 로봇, 모듈러 공법 등 다양한 스마트 건설 기술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기술연구원 또한 서울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대한건설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 건설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신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 증가 부담, 제도적 준비 부족 등으로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만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서울시의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과 확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기술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서울시가 건설 신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스마트 건설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고 원장은 “앞으로 첨단 스마트 기술을 통해 국내 기반 시설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건설 현장의 안전과 생산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연구 인프라 아낌없이 지원

서울기술연구원 초대 원장으로서 연구원의 초석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고 원장은 연구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스마트 & 애자일(Smart & Agile)’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연구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연구원들이 외부로 나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의 요청으로 지난해 벤처기업 지원에 대한 특별법 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연구자는 외부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해도 5년 범위 내에서 휴직이 가능하고 겸직이 가능하게 됐다.

고 원장은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성공해도 좋은 것이고, 실패한다 해도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자산이 된다”며 “서울기술연구원이 ‘창업벤처밸리’가 돼 기술을 통해 돈을 벌면 기술료가 들어오고, 실패해도 연구자가 그 경험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숨쉴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데이터사이언스센터를 구축해 (연구원들이) 연구 시 필요한 자료에 대한 접근과 공유가 용이한 융복합적인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센터가 활성화된다면 양질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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