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과장.
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과장.

하도급법 위반 행위의 대부분은 대금미지급, 대금감액, 위탁취소 등 계약·채무의 불이행이나 불완전이행의 문제로서 민사적 성격이 강하다.

또 실제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대다수는 하도급대금 미지급과 관련돼 있으며, 이 경우 피해 기업은 일반적으로 원사업자에 대한 제재처분보다는 미지급된 하도급대금을 받기를 원한다.

현행 하도급법 제22조는 원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수급사업자가 공정위에 신고해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그에 대해 제재 처분을 할 수 있으며, 특히 대금 관련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지급명령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등 정상가격 산정이 어려운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원사업자에게 지급명령을 하는 것에 부정적이며, 그 외의 지급명령에 대해서도 공정위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가 과징금, 고발 등 제재 처분을 부과하더라도, 피해 기업이 미지급대금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 등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공정위는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하도급법 제24조에 하도급분쟁조정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으며, 조정이 성립된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과를 부여해 별도의 소송 없이 집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한국거래조정원(조정원),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에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했다. 또 실제 하도급분야 조정성립률 및 피해구제 성과를 살펴보면 하도급분쟁제도의 의의 및 효과를 알 수 있다.

2018년 하도급법 위반 신고 대비 경고 이상 조치 건수는 3.8%로 나타나고 있는데, 공정위에 접수된 대부분의 신고가 하도급법을 위반할 정도로 불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면 2018년 조정원의 피해 구제 총액 중 하도급 분야 피해 구제가 78%를 차지하고 있고, 2019년 조정원 하도급 분쟁 조정성립률은 73%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 기업이 미지급된 금액을 신속하게 받기 원하는 경우 분쟁 조정이 더 유용한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민사소송과 비교해도 원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열위에 있는 수급사업자에게 인지대, 변호사 보수 등 소송비용과 분쟁 소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도급 분쟁조정의 경우 수급사업자가 직접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공정위 또한 하도급법 제24조의4에 의거 위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 조정을 의뢰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의뢰 가능 기준은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보면, 피조사인의 규모가 일정 수준 미만이거나,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지침에 열거된 법 위반행위인 경우에는 조정 의뢰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도급 분쟁 조정 의뢰 결과, 2014년 대비 2018년에 분쟁 조정 건수 대비 공정위의 의뢰 건수 비율은 41%에서 27%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당사자 간 자율적 분쟁 조정을 유도하고,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하여 2020년 3월 분쟁 조정 의뢰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절차 규정을 정비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사업자의 매출액 규모, 건설업 면허보유 등의 기준을 삭제해 법 위반 행위 유형을 기준으로 의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고 △서면 미발급, 기술자료 유용, 보복조치, 탈법행위 등을 제외한 모든 행위 유형에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에 신고 접수된 이후에도 신고인이 분쟁 조정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공정위가 바로 분쟁 조정을 의뢰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하도급 분쟁 조정 신청 및 조정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볼 때, 피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 대한 제재보다 조정절차를 통해 당사자 간에 신속하고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소송비용 등의 경제적 부담 없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하도급 분쟁조정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관련 사업자 단체의 분쟁조정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또 조정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분쟁조정협의회에서도 각 거래의 특수성, 업종별 거래 관행,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