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24 너그럽고 어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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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24 너그럽고 어진 마음
  •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 승인 2020.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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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人文) STORY ‘마음대로’
이소영<br>문화로드 대표<br>교육학박사<br>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 -공자(孔子),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

공자는 제자가 일생동안 행할 만한 가장 우선의 덕이 무엇인지 묻자 ‘어짐(서, 恕)’이라고 대답한다. 어짐이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스스로 받고 싶은 대접을 해주는 것, 자신이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성공적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살아온 환경이나 처해진 상황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생각보다 싶지 않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사장과 직원 등 역할과 위치가 상대적일 때는 더욱 그렇다. 

고용인들에게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경영자인 사장이 자발적으로 자아를 성찰한다는 내용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예능프로그램 있다. 방송에는 실제 각계각층의 최정상 보스들이 출연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터에서 일상을 관찰한다. 

예를 들어 농구 감독이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체력 단련을 위한 지옥 훈련을 실시한다. 선수들은 무더위 속 뙤약볕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산을 달려 오른다. 

반면 감독은 차를 탄 채 편하게 올라가며 “걷지 말고 뛰어”라고 다그친다. 골인 지점에서 시원한 수박화채를 먹으며 기다리는 얄미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독은 선수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은 하기 싫지만 선수들은 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감독의 말은 일부 수긍이 가기도 한다. 실제 시합에서 뛰는 사람은 선수이니 감독이 직접 훈련을 받을 필요는 없고 선수들에게는 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하는 일은 단순히 선수를 훈련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발적 동기를 높여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동참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제목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  경문대왕의 설화를 생각나게 한다. 경문대왕이 왕위에 오르자 귀가 당나귀처럼 커져서 이를 숨기려 애썼다는 이야기이다. 귀가 크다는 것은 작은 소리도 잘 들으라는 뜻이고 귀가 두 개인 것은 소리가 나는 곳을 잘 파악하라는 뜻이다. 즉, 직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대개 직위가 높아진 사람은 아랫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방송에 나오는 농구 감독은 자신도 선수시절에 겪었다며 선수들에 대해 엄청 잘 알고 있는 듯 말한다. 감독은 선수시절 꽤 유명한 실력 있는 선수였다.

그가 데리고 있는 선수들은 실력이 다르고 맡은 포지션도 다르다. 어설프게 현재 선수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면 선수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나 때는∼’이라고 말하며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선수들에게 강요하는 꼰대질을 한다. 

방송에 등장하는 농구감독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제각각 다르듯이 사람들의 경험도 모두 제각각 다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경험을 알아야 하는데 독서나 역사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공감능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제 입맛에 맞는 것만 찾아 읽으면 시야가 넓어지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경험, 거리감이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책이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너그럽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관계가 개선되고 어진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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