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건설하도급 부당특약 피해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하도급법상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를 제안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도급을 주로 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은 두말할 필요없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부당특약은 원·하도급 계약에 있어서 하도급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이다. 

건설산업에서는 건설업이 태동해 원·하도급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부당특약이 있어 왔고, 일부 종합건설업체들은 이런 갑질로 상상이상의 이득을 챙겼으며 이를 발판으로 성장을 거듭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하도급업체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정부가 나서 이를 금지하는 조항을 관련법에 넣었다. 하도급법은 제3조의4에서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구체적으로 ‘부당특약 심사지침’을 제정·운용함으로써 구체적 심사 및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또 건설산업기본법은 제22조 제1항에서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당사자는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따라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 등에는 그 약정을 무효로 보도록 하게 했다.

그럼에도 부당특약을 통한 원도급업체들의 갑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양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합의에 기초해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하도급법에서 부당특약을 금지할 뿐 그 효력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원은 사법상의 효력을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부당특약의 인정범위도 매우 협소하게 판단함으로써 부당특약 설정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자에게 채무이행 의무를 부담지우고 있다. 하도급자가 부당한 특약의 계약상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해당 조항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원도급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올해부터 부당특약 16개 금지유형이 시행되면서 특약을 끼워넣는 사례가 현저히 줄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눈치빠른 원도급자들은 자체 법무팀을 운용하며 부당 특약을 하도급계약서에 끼워넣기 위해 혈안이고, 계약 상대자인 하도급자는 부당특약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코로나19로 공사 품귀현상이 심해진 요즘 부당특약은 더 은밀하고 강도 높게 하도급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부당특약 무효화 입법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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