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원<br>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상무이사(기술사)<br>
심영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상무이사(기술사)

필자는 ‘아는 게 힘이다’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아파트를 12만2000 가구를 공급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한강변 고밀도 재건축단지에는 대지의 용적률 완화를 통해 50층까지 지을 수 있는 ‘초고층 아파트’의 재건축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초고층 아파트는 기계설비 기술력을 다투는 각축장이 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계기술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기대돼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기계설비시장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두에 ‘아는 게 힘이다’라고 했으니 이번 호에는 ‘초고층 아파트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 ‘초고층 건축물’은 건축분야 중 최고의 기술력이 발휘되는 분야다. 또 그 나라의 랜드마크로 작용해 국력을 대변하는 하나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초고층 아파트라고 일컬어지는 초고층 건축은 현행 건축법 시행령 제2조 15항에 정의하기를 ‘50층 이상 이거나 또는 건축물의 높이가 200m 이상일 경우 초고층 건축’이라고 한다. 아파트는 관례적으로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150m 이상일 경우 초고층 아파트라고 한다.

이러한 초고층 아파트는 우리나라와 같이 산지형 지형으로 건물을 지을 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부족한 토지 내에 주거를 수직으로 집적화하고 그 토지의 일부 유휴지를 공원 등으로 조성함으로써 토지의 효율성 증가 및 도시환경 개선과 이로 인한 국내 건설산업의 활성화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의 집중화로 교통체증, 재난 등의 위기상황 시 피난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더욱이 유난히 태풍이 많았던 올해 몇 차례의 태풍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의 ‘빌딩풍’이란 생소한 어려움도 경험하기도 했다.

그 중 초고층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고층아파트 포함)와 다른 점에 대해 기계설비 부분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첫째, 자연 환기불가하다. 높은 빌딩은 수직으로 상승하면 증가되는 풍력(횡력)으로 인해 기밀성이 유지돼야 한다. 이는 인력으로 창문의 개·폐가 어려워진다. 또 물체의 낙하 시 지상의 큰 충격 때문에 창문을 열수 없게끔 돼 있다. 그래서 강제 환기시스템으로 환기를 한다.

둘째, 건축물의 층수가 39층이 넘는 부분의 경우 유체(물: 난방·급탕온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하여 지상층에 중간기계실을 추가 설치한다. 자연의 섭리가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는 물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힘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 이때 배관과 장비 등의 마찰저항이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압력의 수압이 필요하고 이를 견뎌 내는 설비와 배관기술도 필요하다.

보통 수압이 20kg/㎠를 넘어가면 관련된 장비와 유지관리 비용 등이 상승됨으로 중간기계실을 설치하는 비용이 오히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통상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말하는 150m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최고층에서 작용하는 수압은 200m 가량에서 작용하는 수압과 같기 때문이다.

세 번째, 모두에서 이야기한 재난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 시 최상층이나 지상까지 대피하기가 쉽지 않음으로 아파트 중간 어느 층에 재난(화재) 등의 위기상황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화기와 연기로부터 보호받고 구조될 때까지 최소한의 대비공간이 갖춰야 한다. 통상 50층을 기준으로 49층까지는 1개소, 50층 이상은 2개소의 피난층을 마련해야 한다.

또 지진 등의 발생 시 각종 배관, 덕트, 기계장치 등등의 기계설비 분야에도 내진성능을 갖춰야 한다. 이는 지진 및 화재 등 재난 상황으로부터 거주자가 피난할 동안까지 견디어 피난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필자가 알기로는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집 현관 앞으로 내차를 리프트(화물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내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옆 동 타워의 친구 집에 도착할 수도 있다고 한다(3월2일자로 소개한 엘리베이터 이야기 중 수직·수평 이동형 엘리베이터 부분 참고).

그야말로 초고층 아파트는 주거용 건축에 최고의 건축 기계설비기술이 선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정책에 기계설비인들이 최고의 기술력과 경험이 설계 및 시공과정에 더해져 스스로를 자랑할 무대인 것 같아 매우 흐뭇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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