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인천대헌 아파트 주거환경개선사업 공사현장

종합·전문간 동반성장 가치 실현···시공품질도 뛰어났다

건설 프로젝트가 대형화·첨단화되면서 분업과 협업은 당연 필수요소다. 대부분 건설현장에서의 분업과 협업은 원·하도급 체제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분업과 협업이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이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으로 발주된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그 효과를 점검해 봤다. / 편집자주

LH 인천대헌 아파트 주거환경개선사업 공사현장 전경.
LH 인천대헌 아파트 주거환경개선사업 공사현장 전경.

따로 또 같이. 상생의 시작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대헌 주거환경개선사업 아파트 건설현장은 지하3층~지상29층 아파트 7개동과 부대시설을 건립하는 공사로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10월초 기준으로 85%의 공정률을 기록 중인 이 현장은 동절기를 앞두고 대부분의 공정을 마무리짓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현장을 찾은 지난달 22일에도 기계설비공사, 조경공사, 전기공사 등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 현장은 LH가 직접 감리 역할을 수행하고 한진중공업이 주계약자로, 해원산업주식회사(대표 이용재)가 기계설비공사 부계약자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LH, 2012년 기계설비분야 ‘주계약자 공동도급’으로 첫 발주
한진중 ‘주계약자’, 해원산업이 기계설비공사 ‘부계약자’로

건설산업 선진화 정책의 결실
우리나라의 공사발주체계는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 단계를 거쳐 하도급자의 손에서 목적물이 완성된다.

이 과정 중 원도급자인 종합업체는 하도급을 주면서 부당특약 설정, 대금 삭감, 대금 미지급 등 온갖 불공정행위를 자행한다.

원도급자가 자행하는 갑질의 목적은 최다이익 확보다. 하지만 이는 곧 시공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09년 건설산업 선진화정책에 따라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도입해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부터 본격 적용했다. 

종합건설업체로부터 전문업체가 하도급 받아 시공하던 기존 계약방식과 달리 전문업체도 발주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LH의 경우 기계설비 공종에 대한 공동도급제는 2012년 3개 지구에 도입된 것이 시초다. 올해는 15개 지구에서 이뤄지고 있다. 

LH 인천남동권사업단 최수일 논현사업소장은 “앞으로도 주계약자공동도급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에도 기계설비분야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발주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원산업이 현장 지하주차장에 시공한 기계설비 배관 모습.
해원산업이 현장 지하주차장에 시공한 기계설비 배관 모습.

발주처·감독관·시공사, 모두 만족
인천대헌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 역시 LH가 2017년 기계설비분야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으로 발주한 현장이다. 현장에서는 수평적인 협력관계로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종합과 전문이 구성원별로 공사를 분담해 수행하는 것은 기존 현장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종합과 기계설비업체가 각각 계약해 움직이고 있다.

주계약자인 한진중공업은 전체 공사의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역할을, 부계약자인 해원산업은 기계설비전문공사를 전담해 직접 시공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종합-전문간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입주자의 편의와 하자 발생 저감을 공통의 최우선 목표로 여기고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주처인 LH 최수일 소장도 “현장 관계자 모두 혼연일체로 합심해 높은 책임감을 갖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좋은 품질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LH측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가 주는 장점으로 전문업체가 공공발주 공사에 주인 의식을 갖고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건설업체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기술력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돼 견실한 전문건설업체를 육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저가 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각종 하도급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밑거름이 된다.

전문업체는 무엇보다도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게 돼 품질 향상이 기대되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기계분야에서 청구하는 금액을 100% 지급받고 있다고 해원산업 라덕환 소장은 밝혔다.

(왼쪽부터) LH 송영준 감독관, 한진중공업 유기석 공무팀장, 해원산업 라덕환 소장.
(왼쪽부터) LH 송영준 감독관, 한진중공업 유기석 공무팀장, 해원산업 라덕환 소장.

주계약자인 한진중공업 유기석 공무팀장은 “건설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생’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주계약자공동도급도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계약자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종건사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생긴다는 점은 장점”이라며 “이러한 사업 방식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원산업 라덕환 소장은 “공사 시작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만반의 준비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다”며 “그 결과 고품질 시공은 물론이거니와 2년 넘게 현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경상자 하나 없는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적극적인 소통이 핵심요소
현장은 분리발주 영역인 전기, 통신, 소방에 이어 기계설비 분야가 개별 공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발주처 눈높이에 부합하는 시공 품질이 나왔다. 그 비결로 LH, 한진중공업, 해원산업 관계자 모두 ‘적극적인 소통’을 꼽았다. 

LH 송영준 현장감독관은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의 사업에 있어 각 공종별 시공 담당자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현장에서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갖고 있으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대표사가 해야 할 일은 재시공하는 일이 없도록 품질 관리에 매진할 뿐 아니라 공동참여자간의 협의를 통해 공정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업무 관련 메신저를 이용해 스케줄을 관리해 성공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해원산업 관계자는 “공동도급 방식으로 참여한 만큼 한솥밥을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시공 총괄관리자와 실제 담당자간 상호 긴밀하게 협의하고 시공 방법 등을 논의하면서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H-한진중-해원산업 ‘적극적인 소통’ 프로젝트 성공요인
새로운 분업과 협업, ‘상생’의 시작···발주 물량 확대 예상

관련 업체 권익 높이는 지름길
주계약자 공동도급제가 주는 효과로 참여자들은 관련 업체의 권익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 모두 공감한다.

송영준 감독관은 “현장에서 기계설비분야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시공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상생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민간건설시장에서 상생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주계약자공동도급은 상호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좋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해원산업 관계자는 “하도급 공사의 경우 기계설비 공정 상의 문제가 아님에도 타 공종간의 간섭 등으로 수행 상 어려움이 컸지만, 주계약자제도는 책임 시공이 가능해 최고의 건축물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주역이 될 수 있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책임감있게 공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