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그리고 빌딩풍
초고층빌딩 재난사고 대형화에 미리 대응해야

소병훈 의원
(더불어민주당·국회 국토교통위원)

인간은 언제나 높은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 열망으로 지어진 마천루(摩天樓)는 경제적 부흥과 성공의 발판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에 단골 장면이 된 지 오래다.

마천루는 ‘하늘에 닿는 집’이라는 뜻으로, 1885년 미국 시카고의 Home Insurance 빌딩(60m)이 준공되면서 사용됐다. 과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이 이어졌지만, 현재는 아시아 각 국가들이 앞다투어 건물을 올렸다.

뉴욕타임즈는 아시아의 초고층빌딩 부흥의 이유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는 열망의 표현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초고층 건물의 기준이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5호에서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미터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이렇게 규모가 큰 초고층 빌딩은 재난사고가 일어나면 사고가 대형화될 확률이 높다.

최근 이런 우려들이 공론화된 이유는 전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몇몇 사건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초고층 빌딩의 유리창이 즐비하게 파손된 모습을 보았는가.

그리고 울산 33층 아파트에 번진 불길을 보았는가. 부와 성공을 상징한 초고층 빌딩도 재난 앞에서는 자그마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큰 공포심을 안겨줬다. 더군다나 두 사건은 올해 9월과 10월이라는 짧은 시기에 연달아 일어났다.

빌딩풍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며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진다. 부산시로부터 받은 ‘부산 초고층빌딩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제9호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 두 번의 태풍에 창틀이 300여 개, 유리창 90여 개와 수목이 전도되는 등 많은 피해를 유발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전국 기준 135개 동이다.

시도별 분포를 보면 부산 42개 동(31.0%), 서울 29개 동(21.0%), 인천 21개 동(16%), 경기 20개 동(15%) 순으로 많다. 가장 초고층빌딩이 많은 곳은 부산으로 특히 해안가를 중심으로 준공됐다.

급변하는 이상기후와 맞물리며 또 어떤 재난과 사고들이 우리에게 당도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신규 재난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은 빌딩풍(building wind)과 마천루의 재난사고까지 최근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한 대안들이 각계에서 수립되고 있지만, 연구도 이제 첫걸음마를 뗀 상황이라 더욱 정부와 민간이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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