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삼 교수(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대한설비공학회 부회장)
송두삼 교수(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대한설비공학회 부회장)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 CCC)이 채택된 이래, 2015년 12월 기후변화협약 내 파리협정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위한 신기후체제가 출범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나아가 1.5℃까지 억제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에게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인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올해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도 지난 2월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나서며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이 제시한 탈탄소화 지향의 뜻을 같이 했다.

특히 국내 2050 LEDS 건물부문에서는 2017년 대비 66.8%(1안)에서 57.3%(5안)에 이르는 목표가 설정됐고 감축 수단으로는 ①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및 기존 건물의 그린리모델링 보급 확대를 포함하는 건축물 에너지 효율 향상 ② 고효율 기기 보급을 통한 에너지 절감 ③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인 BEMS 및 HEMS와 AMI 보급을 통한 에너지 수요 절감 및 소비 행태 개선 유도 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한 건물에너지 효율 향상을 제시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6월 ‘제로에너지건축 보급 확산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의 신축 공공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로 건설되도록 의무화했다.

제로에너지건물은 건물의 단열성능, 기밀성능을 강화하는 패시브적인 건축적 수법과 고효율 냉난방·급탕·환기·조명시스템 등과 같은 액티브시스템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등의 기술 요소를 적용, 최적화해 건물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소요량을 기존 건물 대비 90%이상 절감하는 초 저에너지 건물이다.

제로에너지건물 구현 기술의 발전과 시공상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에너지 자립,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완전 제로에너지건물(Net Zero Energy Building)도 머지않아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ZEB의 이론적 근거는 독일에서 제안된 전 세계적으로 저에너지건물 구현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에 두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1.5리터 하우스라고도 하며, 연간 단위면적당 난방에너지가 15 kWh/m²yr 요구되는 저에너지 주택으로 기존 독일의 일반주택 대비 75%의 난방에너지를 절감하는 성능을 가지도록 요구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건물의 단열, 기밀성능을 기존 주택에 비해 강화되었고 겨울철에도 추가 난방 없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또 환기를 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난방에너지의 공급 없이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독일의 기후조건, 독일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작성된 패시브하우스 기준에 근거한 국내 ZEB 기준에 따라 건축된 건물들은 여름철 과열과 냉방 시 습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과습한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고사성어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강남(江南)의 귤을 강북(江北)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사람의 기질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독일의 기후조건, 문화적 특성에 맞춰진 패시브하우스, 이를 기반으로 하는 ZEB 기준은 고온다습, 한랭건조한 우리나라 기후조건, 생활환경에 맞게 변화돼야 한다.

또 올해부터 공공건물은 신축 시 ZEB로 건설돼야 하며, 2030년에는 모든 신축 건물이 ZEB로 건설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건물도 ZEB로 재건축돼야 한다.

이처럼 ZEB가 우리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를 때다.

국내에서 최근에 건설된 ZEB 운영데이터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해 ZEB가 실제 운영상에서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은 이유, 재실자가 쾌적하지 못한 이유 등 ZEB가 우리의 기후조건, 문화적 조건에서 제대로 성능이 발휘되도록 논리의 수정, 기준을 재정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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