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원전 해체 관련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151억원보다 무려 57배나 많은 8700억원을 요청했다. 반면 원전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은 올해 648억원에서 86억원이 감소한 562억원을 책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정부의 탈월전 정책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전력기술·한전연료·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으로 ‘팀코리아(Team Korea)’를 구성해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까지 나서 원전 수주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처럼 원전을 놓고 진행되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대해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안전을 믿지 못해 원자력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고 건설을 중지하면서 다른나라에 원전을 수출해 건설하겠다고 하면 이를 받아들이고 수긍할 나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체코의 원전 입찰을 앞둔 이번 기회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의 일정비율 유지와 원자력 인프라 보전및 개발로 수정을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노후 원전의 해체부문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한국이 개발한 한국신형원전(APR1400)은 미국과 유럽에서 외국 회사로는 유일하게 인증을 받은 기술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4기를 건설해 지난 8월 가동에 들어가 검증을 거친 세계 정상급 기술이다. 또한 바라카 원전 건설로 UAE와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고 중동지역 외교의 주춧돌로 삼은 것처럼 초대형 프로젝트인 원전 수출은 대상국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케 한 부수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기술이 사장도 아닌 중국 등 경쟁국으로 흘러 나가면서 수주 가능성을 희석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 유지관리 정책이 시행되면 이같은 현상은 해소될 것이 분명하다.

또 원전해체 기술도 단시간내에 정상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산업부는 우리나라의 선진국 대비 원전해체 기술이 82% 정도이며 원전해체에 필수적인 자립화 기술 96개 중 아직 17개 기술이 미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국제 원전해체 시장의 규모가 2030년까지 70조원 수준이고 2116년까지 422~629조원으로 추정되고 원전건설시장은 30년간 500조원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해체와 유지관리를 위한 연구개발비용을 비율에 맞게 배정해 원전 건설은 물론 해체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전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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