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다고 하지 말라. 갈면 뚫어진다. - 조선 후기 학자 이가환(李家煥)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살면서 거대하고 단단한 장애에 부딪히면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그냥 주저앉게 된다.

자신을 장애물과 비교해 스스로의 나약함에만 몰두하고 지레 포기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아무리 단단한 장애물이라도 엄두를 내어 조금씩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결된다. 그러니 중단하지 말고 끈기있게 도전하라는 의미이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에 ‘작은아씨들’이 있다. 이 소설은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올해 개봉한 2020년 버전의 ‘작은아씨들’의 내용은 기억과 다소 달랐다. 내가 주로 기억하는 것은 주인공인 둘째 딸 조가 작가를 꿈꾸고, 이웃집에 사는 부유한 로리와 친해져 즐겁게 지내다, 로리가 조에게 청혼을 하지만 조가 거절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는 둘째 조뿐만 아니라 첫째 메그는 배우, 셋째 베스는 음악가, 막내 에이미는 화가를 꿈꾼다는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1920년에 인정했으니 1868년에 살았던 네 자매가 꿈을 실현시키는 것은 그저 꿈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여자가 고집이 세면 팔자가 세다’라는 속담이 있고, 서양에는 ‘여자는 결혼할 때 남자의 돈, 남자 집안의 돈, 자신에게 들어올 돈, 이렇게 세 가지를 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속담을 통해 여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고집 부리지 말고 순종해라, 남편에게 의지해라 하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면 혼자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격려한다. 그런데 속담에서 드러나듯이 여자에게는 오히려 의존적이 되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어린 시절 책을 읽으며 둘째 조가 부유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로리와 결혼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고 가난한 바에르 교수와 결혼한 것에 의아해 했다. 영화에서는 결혼에 얽매인 삶에 자신이 없다는 둘째 조가 결혼한 것은 출판사가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의 내용으로 소설을 끝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라고 나온다.

형편이 어려운 조의 가정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대고모가 있는데, 고집 세고 독립적인 조를 못마땅해 한다. 

취직 준비를 하듯이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여자는 교양 있는 행동을 익히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집안의 부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런 대고모의 뜻에 막내 에이미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가를 꿈꾸는 조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 유럽여행을 간절히 소망했지만 대고모는 유럽여행에 데려가겠다는 조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막내 에이미를 데려간다.

150년이 지난 지금도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이나 능력있는 남자라는 판타지는 콘텐츠의 인기 소재이다. 여자는 고분고분하고, 착하고, 얌전해야 칭찬받는다. 고집부리지 않기, 질투하지 않기, 나서지 않기 등 사회는 여자들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의 제약은 누구를 위한 걸까?

작가를 꿈꾸는 조가 여자의 사회적 활동에 부정적이었던 시대에 글쓰는 것을 힘들어 하자 그녀의 어머니는 ‘너는 억누르기에 너무 고결한 천성’을 타고 났다고 말해준다.

소설 속 조는 여자도 생각과 영혼이 있고, 야심과 재능에 힘써야 한다고 외친다. 세상에는 뿌리 깊고 단단한 금기들이 많다.

이것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끈기있는 마음으로 부단히 지속해서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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