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중 건설 자살률 1위 불명예
일자리 불안·정신적 고립감 커져
스트레스 높은 현장환경에 주목

정영철<br>​​​​​​​CBS 기자<br>
정영철 CBS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미국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자살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신규 대형 건설 사업의 감소와 함께 코로나19가 건설 노동자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건설 업종은 이미 높은 자살률로 불명예스런 1위를 기록했다. 자살 위험군이 건설 현장에 많이 투입되는 게 구조적인 요인이다.

미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중년 백인 남성과 건설 노동자들이 상당부분 겹친다.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건설 노동자의 97%가 남성이고, 56.9%가 백인이다.

미국 언론들은 단기적인 해결이 어려운 인구학적인 요인보다는 스트레스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 현장의 업무 환경 개선에 더 주목하고 있다.

건설 업종에서 유독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 △가족과 단절되는 현장 생활 △계절적 해고와 프로젝트 종료 후 실직 △낮은 급여 △시공 마감에 대한 압박 △열악한 근무환경 △술에 대한 관용적 분위기 등이 꼽혔다.

여기에 더해 거친 업무와 밀접한 ‘터프 가이 문화’도 중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이는 90년 이전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었던 ‘남자라면 감정을 통제할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사회문제 전문가인 한나 스푸스는 “남성 중심의 건설 노동자들은 불안, 괴로움, 우울함, 자살 충동 등을 느꼈다는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이 때문에 정신적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의 15% 이상이 약물이나 술 등을 남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는 ‘터프가이 문화’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한나는 꼬집었다.

건설산업연맹 회장인 시즈모어는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의 역할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직장내 소통을 바탕으로 한 돌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자신의 안전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과 안전까지 적극 배려하는 직장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불안은 더 심해졌고, 정신적 고립감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합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대적인 자살 예방 캠페인에 나섰다. 

연합은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문을 통해 “다른 모든 직종의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자살로 죽는다”면서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건강과 안전의 우선 순위로 다루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은 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달 말까지 60~90분 분량의 온라인 자살 예방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미국 미주리주=정영철 CBS 기자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