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29일 오후 1시 30분, 기억조차 떠올리기 싫은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38명, 부상자 10명 등 총 48명의 인명피해를 가지고 온 이 화재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하 2층에서 이뤄진 용접작업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활동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화재 당시 공기단축을 위해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돼 10개 이상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비상유도등이나 간이 피난유도선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됐다. 심지어 비상 경보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아 작업자들이 화재를 초기에 인지할 수도 없었다.

건설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냥 관례라고 치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쩌면 강요된 안전불감증일 수도 있다.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감시하기 위한 각종 법적 규제장치가 마련됐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비용적인 측면과 안전문화(인식)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적 장치도 결국 ‘공염불’일 수 밖에 없다.

공기를 당기기 위해 위험작업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는 한 안전관리 비용을 아껴야 하기에 이천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건설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건설안전특별법안’이 발의됐다.

발주자가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제공하도록 하고, 그 적정성 여부를 인허가 기관의 장에게 검토 받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명시했다.

안전관리 부실의 주된 원인 중 하나였던 촉박한 공사기간과 부족한 공사비용을 제대로 책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더라도 개별공사에 대한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남아있다. 인허가기관이 개별 공사현장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산정기준)이 명확하게 현장과 인허가기관에 까지 전파돼 시스템화되지 않는다면 이번 법안 또한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법안이 건설현장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모멘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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