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되 두려워하게 하고 엄하되 사랑하게 하라 - 주희(朱熹) 편찬 송나라 명신언행록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관(寬)’이란 관대함이다. 사람이 관대하기만 하면 상대가 해이해져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 관대함 속에서 두려워하는 마음을 자아내려면 엄해야 한다.

‘엄(嚴)’이란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태도가 엄격하고 철저하다는 것인데, 엄하게만 대하면 겉으로는 잘 따르지만 마음까지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에서 우러나 서로를 믿고 따르는 관계에서는 관용과 엄격함이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사이의 관용과 엄격함은 자신에게는 어떻게 적용될까? 사람들은 나의 성공은 자신의 내부적 특성 때문이고, 실패는 외적 상황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반면 남의 성공은 외적 상황이 원인이고, 실패는 그 사람의 내부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나’를 포함하는 ‘우리’에게도 나타난다. ‘우리’라는 말은 집단에 대해 사용한다.

나를 포함한 여러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우리’에는 많은 속성이 있어 개인의 정체성은 약해지며 집단의 추상적인 성격이 이를 대신한다.

우리를 강조하며 우리에게 충성할 것을 강요하는 드라마가 있다. 최근 방영된 TV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목표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검찰과 경찰은 강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라는 말로 같이 묶여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지나친 ‘우리’화는 집단에 절대적인 가치관으로 작동하게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법을 다루는 경찰과 검찰이 교묘하게 법을 이용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며 무조건 편드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검찰에는 감정을 잃어버리고 이성만으로 세상을 대하는 검사 황시목이, 경찰에는 정의롭고 따뜻한 감정이 넘치는 형사 한여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무기로 철옹성 같은 ‘우리’ 안의 은폐된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친다.

검찰과 경찰의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타성으로 ‘우리’라는 집단적 경계감에 몰입되어 선악의 판단을 상실하는 악순환으로 인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행해진다.

이 둘은 ‘우리’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차별하고 배타적이며, 우리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드라마에서 배타적인 검찰과 경찰도 개인의 이익,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연합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부장검사 우태하와 경찰청 정보부장 최빛은 어떤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그 대가로 승진하고 이득을 취한다.

처음에는 ‘우리’ 조직의 좋지 않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작은 범법 행위가 마음 졸이며 행해지지만 점점 무감각하게 행해진다. 대의를 위해 소의를 저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결국 대의마저 잃게 만든다.

정보부장 최빛은 형사 한여진에게 직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잘한 것들에 대해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부장검사 우태하도 원리원칙대로만 판단하고 결정하는 황시목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은 본래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마련이라면 내가 속해 있는 ‘우리’ 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관용과 엄격의 균형에서 나와 우리에게는 조금 더 엄격하게, 남과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좀더 관대하여야 균형적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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