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무실서 인종차별 그래피티 발견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공사 전면 중단
6월에도 호텔-카지노 현장서 ‘올가미’나와

정영철<br>​​​​​​​CBS 기자<br>
정영철 CBS 기자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확장 공사 사업이 멈춰섰다.

한 흑인 현장 관리자의 사무실에서 인종차별적인 낙서(그래프티)가 발견되자 시공을 맡은 터너·마틴 해리스의 합작법인은 공사를 전면 중단시켰다. 회사는 즉각적인 내부 조사에 들어갔으며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발주처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에는 인종차별이 발 들일 곳이 없다. 이 개탄스러운 행동에 분노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성명은 또 “컨벤션센터와 모든 파트너들은 인종차별에 대한 무관용성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 “관련 정보가 있는 사람은 라스베이거스 경찰서에 연락해 달라”고 촉구했다. 컨벤션센터는 ‘적절한 포상금’을 대가로 제시하고 있다.

터너·마틴 합작법인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현장 노동자들이 인종차별 예방 교육을 끝마칠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건설 중인 라스베이거스 호텔-카지노 리조트 월드에서 공중에 매달린 올가미가 발견되기도 했다. 올가미는 과거 1900년대 초반 백인우월주의 집단이 흑인을 처형할 때 사용했던 도구로, 인종 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종차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라스베이거스 의회도 “라스베이거스는 다양성과 다문화로 이뤄진 공동체로 누구도 편협함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공사중단 사태를 맞은 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만이 아니다. 터너가 맡은 다른 대형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서 추진중인 17억 달러(약 2조100억원) 규모의 페이스북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와 신시내티FC 축구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도 인종차별적인 그래피티가 발견됐다.

터너는 사건 조사에 비협조적인 하청업체 한곳을 공사에서 제외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최근 건설현장 3곳에서 올가미가 발견돼 경찰이 증오범죄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도 유색 인종을 겨냥한 경찰관들의 공권력 남용이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시위와 폭동에 따른 재산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에 대한 반발로 차별주의자들의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인종차별적 사건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미국 상무부 노동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전체 노동시장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이지만 건설업만 보면 6% 수준에 그친다.

 

미국 미주리주=정영철 CBS 기자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