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개월. 국토교통부 최장수 장관의 재임 기간이다. 이 타이틀도 이달 24일이 지나면 주인공이 바뀐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부 수장에 오른 김현미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타이틀에 욕심이 있는건지, 아니면 국토부 정책을 잘 이끌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부동산 정책만큼은 초지일관 ‘불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장관 취임 이래 국토부는 다양한 현안을 안고 있었다.

이 중 부동산 정책은 발표될 때마다 요란했다. 시장은 빈틈을 교묘히 파고들었고, 정부는 뚫린 구멍을 땜질식 처방으로 막기에 급급했다. 그러는 동안 정부에 대한 신뢰는 깨졌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김 장관의 발언은 정부와 시장의 인식 차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의미)’해서 집을 사는 30대의 아파트 매수 열풍에 대해 그는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패닉 바잉에 휘둘리지 말고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훈수’까지 뒀다. 3년전 취임식에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고 밝힌 그의 생각이 얼마만큼 확고한 철학인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시장에서는 그를 두고 무능하다고 책망하다 못해 힐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심은 ‘청약 당첨 커트라인을 보고 이야기 하라’며 그를 비난한다. 40~50대도 청약 점수가 부족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없는 상황으로, 20~30대는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사치인 실정이기 때문이다.

2030에게 유일한 돌파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라는 목소리가 괜한 것이 아니다. 이도 결코 녹록지 않다. 혼인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점은 낮아지고, 자녀수가 많을수록 가점이 높아지는 배점 방식으로 신혼의 단꿈은 신기루에 가까운 제도로 변한지 오래다. 

그가 3기 신도시로 가라고 훈수를 두는 것이 거북한 이유는 실정을 알지 못하다는 데 있다. 자족기능을 갖췄다 한들 직장이 서울에 있다면 3기 신도시도 베드타운에 불과하다. 더욱이 서울과 가깝다고 강조하지만 그래봤자 서울 외곽이다. 

정부는 시장을 이기기 위해 제도나 정책으로 싸움을 걸어서는 안 된다. 

확실한 것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국토부 혼자 독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 인프라만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교육·경제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토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끌’ ‘패닉바잉’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온갖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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