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기구 발열 등 열기 높아지고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고충 가중

8월 평균 습도 86.3%…불쾌지수 ‘매우 높음’ 이어져
기상청 “감염 확산 방지 전제로 에어컨 가동 필요”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연일 지속된 폭염으로 도시철도 지하역사가 푹푹 찐다. 여름철 권장온도(28℃)를 규정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발목 잡혔기 때문이다. 

냉방설비를 갖춰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수립된 기준에 따르다보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하역사에 들어서는 순간 불쾌감이 치솟는다. 

이용객이 몰리는 출퇴근시간에는 인체의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외부보다 높게 느껴지기 일쑤다.

최근 수도권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면서 비말차단마스트에서 KF94 마스크로 바꿔 낀 이용객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하소연한다. 조명기구 등 다양한 발열원에서 내뿜는 열기를 고스란히 품어 사실상 온실로 탈바꿈했다.

지난 25일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전철역사가 너무 더워 출근길에 땀으로 샤워를 하는 느낌”이라며 “코로나19에 걸릴까 두려워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뷰를 마친 A씨는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 역사를 빠져나갔다. 그의 뒷목은 땀으로 흥건했다.

이용객 불편이 큰 상황이지만 상황 개선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실내온도를 결정하는 해당 규정을 보면, 냉방설비 가동시 평균 실내온도를 2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한 결과다. 

대중교통시설의 경우, 자체위원회 결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주저하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역사 냉방설비 가동 자체가 중단될 수 있어 정부의 권장온도(28℃)에 맞춰 지하역사 실내온도를 관리하고 있다”며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지하역사 권장온도 자체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불쾌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높은 습도라는 계절적 특징과 바람이 불지 않는 지하역사의 구조적 특징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8월의 평균 습도는 86.3%로 나타났다. 여기에 권장온도(28℃)를 대입해 불쾌지수를 계산하면 ‘매우 높음(80 이상)’에 해당했다. 전원이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하철 이용객의 마스크로 인한 인체 체감 온도 상응에 따른 불쾌감 해소를 위해 역사 권장온도를 최소한 2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람이 불지 않고 습도마저 높은 환경에서 체감온도는 더욱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냉방설비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것이 아니라면 적정 수준으로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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