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환기설비 고도화로 감염병 확산 방지하자”
코로나19 이후 밀폐 공간 환기 중요성 커져
기계설비법·기술기준 반영 방안도 모색해야
비대면 사회로 변화…IoT기술활용 적극 대응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기계설비 고도화 방안' 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박진철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jk
15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기계설비 고도화 방안' 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박진철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jk@

지난 15일 ‘2020 대한민국 기계설비전시회’가 개최된 세텍(SET EC)에서는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한국판뉴딜-기계환기설비 고도화 방안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밀폐된 공간의 환기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감염병 극복방안의 일환으로 기계설비인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특히 지난 4월 18일 시행한 기계설비법과 올 하반기 제정될 예정인 기술기준에 기계환기설비 고도화 방안을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코로나19 대응 환기중요성 및 오염물질 저감방안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기계설비설계 고도화방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IoT, ICT기술활용과 자동제어시스템 및 유지관리방안 등 3개 주제발표가 있었다. 또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 최임락 과장 등 7인의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 환기중요성·오염물질 저감방안

공기조화·환기설비 가이드라인 마련 절실

박진철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아 펜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넘어 엔데믹(감기처럼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첨단 의료시설이 구비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시설에 음압실과 환기설비 등에 대한 기준과 매뉴얼이 없어 감염경로가 차단되지 못했다.

특히 전염력과 전파속도가 빠른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과 같은 감염병은 모두 호흡기로 감염되고 있다. 따라서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밀폐된 건물에서 공기조화와 환기설비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공기조화 시 상대습도는 40~60%, 실내온도는 20~25℃를 권장한다.

또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에는 창문을 열고 최소 2시간에 1회 이상 환기를 실시해야 하며, 공기조화기의 급기 덕트에는 헤파필터 이상의 제품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급기는 실내공기의 재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외기 방식으로 하고, 배기구는 지상 2m 이상 위치에 설치해야 하며 인근 2m 이내에는 다른 인입구가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실내공기를 재순환할 경우에는 UV LED, 광촉매 등 살균장치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냉방 시 수분 응축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코일은 건조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하절기 레지오넬라균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팬코일 유닛 등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내 음압을 유지할 때는 충분한 용량의 배기용 송풍기를 사용해야 하며, 배기 덕트는 공기 유입기와 사람이 밀집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돼야 한다.

공조기의 급기구와 배기구에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역류방지댐퍼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실의 배기는 가능한 한 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할 것을 권장하며, 중앙식 공조시스템의 경우에는 배기 팬을 사용해 공기를 외부로 직접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내 공기압 제어를 통해 감염확산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공기압 제어는 건물의 높이와 공조방식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 병동이 아닌 일반 건물은 외부에 비해 양압을 유지하고, 특히 다층 건물의 경우에는 모든 층이 동일한 압력을 갖도록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19년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고 미세먼지 종합대책으로 약 1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대책이라는 것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해 정보를 알려주고 공기정화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단순 처방법으로 외부의 유해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되는 실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

또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감염 전달경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 등에 관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와 유지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환기기준과 가이드라인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 기계설비 설계고도화 방안

전외기 방식·헤파필터·살균장치 적용 필요

황동곤 우원엠앤이 연구소장.

코로나19는 비말에 의해 공기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밀폐된 실내공간의 오염된 공기를 배출시키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킬 수 있는 환기설비, 공조설비의 설치가 중요하다.

특히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은 감염병 고밀도 위험시설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학교,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등은 실내공기환경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설비가 있더라도 효율적으로 유지·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에 의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계설비분야에서 실내압 조정, 필터 또는 살균설비 적용, 공기 재순환 방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계설비 설계로는 우선 공기조화방식으로 실내공기의 재순환없이 100% 바깥공기를 받아 실내에서 이용하고 100% 바깥으로 내보내는 전외기 방식의 적용을 제안한다.

이 방식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차단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에어필터의 적용도 중요한데, 0.3㎛ 입자크기를 99.97% 걸러내는 고효율 헤파(HEPA)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헤파필터는 실내에 청정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한 프리(Pre) 필터, 1㎛이상의 미세분진을 처리하는 미디엄(Med ium) 필터와 함께 구성하는 것이 좋다.

다만 헤파필터 설치 위치는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조기 구성 장치 중 팬 이후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각각의 필터는 연 1~4회 정도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차압게이지(DPS) 정압을 확인해 필요한 경우에는 교체해야 한다.

프리필터는 1~3개월에 한번씩 교체하되 2~3회 가량은 세척 후에 재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엄 필터와 헤파 필터는 재사용해서는 안되며 3~12개월에 한번씩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위해 기계설비 설계 시 살균장치를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살균장치로는 광수분이온화장치(PHI)와 전해수 시스템, 단파장자외선 에미터(UVC Emitter) 등이 있다.

광수분이온화장치는 자외선 램프에서 촉매부에 파장을 투사했을 때 생성되는 전자와 정공이 공기 중의 산소분자와 수증기에 반응해 과산화기, 수산화기 등과 같은 산화제를 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때 발생된 산화제가 공기 중의 유해물질을 산화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원리다. 이 장치는 공조기 내부와 덕트 내 공간에 설치할 수 있다.

전해수시스템은 공조기에 전해수(HOCI)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부착하고, 공조기에 사용되는 물에 약 30ppm 투입해 여재(유리 섬유)로 흘려보냄으로써, 여재를 통과하는 공기를 살균해 실내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여재는 공조기 내 코일 뒷단의 여유 공간에 설치할 수 있다.

UVC Emitter는 UVC 램프의 자외선(254mm 파장)을 공조기 코일에 조사해 공기를 살균하는 방식으로, 해외에서는 실내에 UVC램프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인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2.2m 높이에 설치하고,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살균할 수 있다.

학교, 종교시설, 요양시설, 체육시설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감염병 확산에 매우 취약하다.

각 시설의 환경에 적합한 고도화된 기계설비를 검토해 설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IoT·ICT 기술활용과 자동제어시스템·유지관리방안

IoT제어시스템으로

통합관리 효율성 극대화

홍순철 나라컨트롤 상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사회는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고 있고, 관련 규제들도 완화되는 추세다. 또 위험과 감시가 일반화된 뉴노멀 사회가 도래할 전망이다.

건물의 자동제어시스템도 무인서비스가 확대되고 비대면 기술이 적극 반영되고 있다. 특히 각종 사고에 조기 대응하기 위한 상시 감시시스템이 적극 도입되고 있으며 AI, IoT 등이 융합된 스마트 환경기술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관리시스템.

클라우드 관리시스템은 도시 단위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 AI제어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무서버 시스템, 관제 무인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구축비용과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개별 건물 간 유기적인 통신시스템을 활용해 멀티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AI기반의 분석시스템을 통해 통합 에너지절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클라우드 유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 통합 관제센터를 통한 업무처리로 대면업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또 24시간 감시를 통해 이상 상황을 신속하게 인지해 초기 대응을 할 수 있고 모바일을 통한 원격감시 제어도 가능해진다.

건물에너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설비효율에 대한 검토를 통해 에너지절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IoT기반의 자동제어시스템은 배관·배선공사가 간단하고, 설치와 시운전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추후 필요 시 시스템을 확장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 시스템의 핵심기술은 △기능별 영역별로 자가 제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자가제어 단말노드’ △무선단말기를 이용한 자동검색, 등록, 확인 등이 가능한 ‘스마트 매핑’ △통신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무선 네트워크’ △저전력 하드웨어와 운영 알고리즘 등을 구현해 내는 ‘전력소모 최소화’ 등이다.

학교나 다중이용시설 내에 개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시스템들을 통합하고, 표준 플랫폼 개발을 통해 제어와 모니터링 관련 업무를 일괄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또 모바일이나 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으며, 특히 화재 등 비상 상황 시 하부시스템과 통합해 연동할 수 있도록 구축할 수도 있다.

이처럼 비대면, 뉴노멀, 위험감시 일반화로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 원격통합관리시스템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최적의 제어시스템, IoT-ICT 기반의 상시감시시스템을 설치, 운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통해 건축물이나 시설물 내 설치된 설비를 관리하고, 원격검침이나 화재 대응 등에 대한 통합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관리 플랫폼과 하부시스템 표준화를 통해 통합 비용을 절감하고, 관리의 효율성 또한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건물의 에너지와 설비운용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정책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개별 건물의 통합관리를 뛰어넘어 지역본부 차원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광역지역을 통합관리하는 방향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계환기설비 고도화 ‘한 목소리’

기단연 주최 ‘한국판 뉴딜-기계환기설비 고도화방안’ 토론서

정부 “산업계 의견 반영한 환기설비 고도화 업무 확대 전망”

기계설비산업계가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기계환기설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회장 정달홍)가 지난 15일 주최한 ‘한국판 뉴딜-기계환기설비 고도화방안 포럼’에서 토론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기기준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이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개정하는 등 기계환기설비의 고도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대한설비공학회 권용일 교수는 “이제 공기조화기는 전외기 방식을 적용해 사용해야 하며, 이때 발생할 수 있는 헤파필터 부식에 대한 우려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버스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전외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전외기방식의 운전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변운섭 한국설비기술사설계협회 회장은 “설계관점에서 볼 때 신축 건물은 대부분 환기설비가 갖춰져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기존 건축물에 대한 환기설비 보완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존 건축물 환기설비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국설비기술협회 연창근 부회장은 “소형빌딩이나 개인주택의 경우 환기장치에 문제가 많다”며 “이곳에 고품질 기자재를 사용하게 하려면 공사비를 현실화 시켜야 하고, KS개정, 성능등급기준 마련 등을 통해 품질 기준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환기설비 품질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조설비의 운전방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박형호 부회장은 “코로나19는 비말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최근 연구들은 비말 핵이 기류를 타고 전파돼 감염을 일으키는 공기감염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공기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공조설비의 운전방법과 요소기술들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종합건설기계설비협의회 박승철 회장은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의 기계환기량을 상향해 운전하도록 설비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공동주택의 기계환기장치는 모두 1종으로 설계하고 공동주택 준공검사 신청 시 환기장치에 대한 성능인증과 점검을 실시, 준공서류에 첨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기술기준과 행정절차의 개선을 제안했다.

감염병에 대비한 공기조화기 운전방안과 관련해 토론에 나선 성보엔지니어링 김선태 부사장은 “판형전열교환기나 UV살균장치가 설치된 신축건물의 경우, 바이러스가 발생되면 공조기를 전외기 모드로 전환하거나 UV살균장치가 가동하도록 함으로써 실내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장치 적용을 위해 보조금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국토교통부 최임락 건설산업과장은 “정부에서도 기계설비나 환기설비에 관심이 많고, 특히 환기설비 고도화 등과 관련된 일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산업계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지원방안이 있으면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기계설비법이 올해 시행됐지만 아직 미비한 점이 있어 보완 중”이라며 “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산업계와 연구원 등에서 좋은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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