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형 감염증은 치명률도 높아
오염된 물속 세균이 비말로 전파
코로나와 달리 사람간 감염 없어

따뜻한 물에서 급격히 증식

레지오넬라는 자연환경이나 인공수계에 모두 존재하며, 건물의 냉각탑, 샤워기나 수전장비 등 급수설비, 온천이나 목욕시설, 벽천과 장식분수 등과 같은 건물의 수계시설에서 오염된 물에 존재하는 균이 비말이나 에어로졸 형태로 인체에 흡입돼 감염됩니다.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물로 세척한 호흡기 치료기기나 분무기, 가습기 등을 사용하였을 때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의 경우 레지오넬라증은 2017년 이후 200건 내외로 신고되는 등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남성과 50세 이상의 발병률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는 상대적으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균이 인공수계로 유입된 후 그 환경 조건에 다라 급격히 증식해 레지오넬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레지오넬라는 미생물과 생물막(Biofilm) 등이 존재하는 따뜻한 물에서 급격히 증식합니다. 레지오넬라 증식요소는 크게 미생물, 생물막, 온도 등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생물 중 아메바(Amoeba)나 원생동물(Protozoa)은 균을 포식하기도 하는데, 레지오넬라는 포식되더라도 사멸되기 어렵고 오히려 그 내부에 기생해 증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배관 내 녹 방지가 중요

시스템 내로 유입된 균은 녹이 발생된 부분과 일부 유기물로 구성된 부품의 표면에 생물막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청제와 소독제 등 각종 화학 첨가물들을 적절한 농도로 유지해 배관 내 녹 발생을 방지해야 합니다.

특히 시스템 설계 시 배관 등 자재의 재료선택에 유의해야 합니다. 

사용되지 않는 관(Dead leg)에는 침전물이 쌓이고 생물막이 형성되기 쉽기 때문에 고임이 발생하는 구조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한 경우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를 통해 침전물과 생물막의 물리적인 제거가 용이하게 해야 합니다.

레지오넬라는 일반적으로 25∼42℃의 물에서 활발히 증식하고 20℃이하에서는 활동이 미미합니다. 또 50℃이상에서는 90%가 80∼124분 내에 사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레지오넬라를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반적인 운전온도는 말단을 기준으로 급수는 20℃이하, 급탕은 50℃이상으로 권장됩니다.

온도제어 측면에서 급탕온도를 높게 유지할 경우 화상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온도조절밸브(TMV)를 설치하는 등 말단수전에서 사용자의 화상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60℃이상의 온수로 일정시간 동안 시스템 전체에 열소독을 실시하는 간헐적 열소독 요법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화학적·물리적 소독처리 ‘효과적’

레지오넬라 증식은 여타의 미생물과 마찬가지로 소독제와 소독장치를 이용해 제어될 수 있습니다.

화학적 또는 물리적 소독처리로서 염소, 브롬, 이산화염소, 오존, 자외선(UV)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독처리 관리방안은 주로 온도제어 방안을 적용하기 불가능하거나 각종 유기물 유입으로 인해 오염 위험이 큰 시스템을 관리하는데 사용됩니다.

오존이나 자외선 등은 탱크나 탕 내의 잔류효과가 중요하며, 특히 용존 소독제는 온도 상승에 따라 쉽게 가스로 배출되기 때문에 온도가 높을수록 소독제의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급수와 급탕계통에 대한 소독기준은 별도로 수립돼야 합니다. 또 소독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소독제의 농도가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독처리를 할 경우 소독약품의 증발로 인해 실내 등의 밀폐된 공간에서는 환기를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시스템 내 온도제어가 어렵거나 말단에 온도조절밸브 등을 설치해 고임구간이 발생하는 경우, 전체 급탕배관 내 보유 수량을 제한함으로써 오염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앙공급식 공동주택에서 설비계통 오염으로 인한 감염이 발생해 문제가 됐습니다.

기존 중앙식 급탕시스템은 말단 온수 온도가 낮아지고, 열교환 후 말단까지의 배관경로가 복잡하고 길어 오염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우 시스템의 보유 수량 제한을 통한 레지오넬라 관리방안으로서 유럽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는 세대용 열교환유닛(HIU)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냉각탑은 가장 널리 알려진 레지오넬라 오염원입니다. 구조상 외부의 유기물이 쉽게 침투할 수 있고, 냉각탑 내 냉각수의 온도는 약 30℃ 이상으로 레지오넬라가 쉽게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스템 특성 상 온도 제어로서 레지오넬라 관리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시스템이며, 냉각탑의 형태와 주변 환경에 따라 오염된 냉각수가 에어로졸 형태로 수 km이상 널리 비산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레지오넬라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오염원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수계 설비시스템 관리 필요

레지오넬라균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같이 비말형태로 호흡기 감염을 통해 폐렴을 일으키는 유사한 점도 있지만, 사람을 통해 감염되지 않고 건물의 인공수계 시스템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이 크게 다릅니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관리와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건물의 냉각탑, 급수설비, 온천, 목욕시설 등과 같은 건물의 수계 설비시스템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사실상 관리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감염병 특성 상 환경관리 측면에서 설비시스템 전문가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의료보건분야 전문가와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적극적인 대응이 미진하지만, 앞으로 전문가와의 협력과 기술개발, 연구, 현장실무자 교육, 컨설팅, 관련분야 법령 및 기준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여명석 교수(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정리. 안광훈 기자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은 레지오넬라균(Legionella spp.)에 오염된 건물설비 중 수계시스템이 주요인이 되어 발생하는 감염병입니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 호텔에서 개최된 재향군인회 참석자와 호텔 출입자 182명이 원인불명 폐렴에 걸려 29명이 사망한 사례로 처음 발견됐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환자가 4.5배 증가하고, 2015년 약 6000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유럽은 인구 10만명당 1.4건,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1.26건 등 발생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레지오넬라증은 폐렴형과 폰티악열(독감형)이 있습니다. 독감형은 치명율이 거의 없으나 폐렴형은 심각한 감염증을 보이고 치명율도 높습니다.

역학적으로 지역사회발생이 약 70%, 여행관련 20%, 의료관련 감염이 10% 정도이며, 유행 시 발병률은 일반인구의 0.1∼5%, 특히 원내감염 입원환자에서 0.4∼14%이며, 치명률은 일반인구에서 5∼10%, 입원환자 원내감염이나 면역저하자에 있어서는 30%이상 증가합니다.

레지오넬라증의 진단은 특수배지 배양법, 요항원 검사법, PCR 검사법, 항체검사법 등이 있으며 국내의 경우 2014년부터 PCR 검사법이 보험급여로 적용돼 진단건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레지오넬라증은 국내의 경우 제3군 법정감염병으로 확진환자와 의사환자가 신고대상으로 3일 이내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사람 간의 감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 격리는 필요 없습니다.

 

레지오넬라, 어디서 많이 발생하나?

매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하는 정기환경조사 결과, 국내 장소별 레지오넬라 검출현황에 따르면 온천과 찜질방, 대형목욕탕의 레지오넬라균 검출률이 상위권에 집계됐습니다. 대형건물이나 호텔, 여관, 백화점, 쇼핑센터, 종합병원, 요양병원, 노인복지시설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용수별로 분류한 결과에서는 탕내 온수, 냉각탑 수, 수전 온수, 탕내 냉수, 수전 냉수, 분수 용수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앙공급식 급탕설비의 공동주택에서 레지오넬라 감염이 발견돼는 사례가 발생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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