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 연료 처분 절차·방법 법으로 제시해야

정동욱 교수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원전 해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해가 갈수록 수명이 다한 원전에 대한 해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니 당연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만 해도 2017년도에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1호기는 예정대로라면 2022년부터 폐기물처리시설 구축을 시작으로 해체에 착수해야 한다.

40년 운전 후 추가로 20년 운전연장이 다반사인 미국이나 원전의 안전이 보장되는 한 운전 연한의 기한이 없는 스위스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40년 또는 30년 운전허가 만료 후에는 영구정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10년 동안에는 약 10기의 원전 해체 물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도 해체되는 원전의 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현재 40년 이상 운전한 원전은 108기이고 이 중 50년 이상 운전 원전은 8기이다.

해외 원전 해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언제 열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답하기 쉽지 않다. 영구정지를 하더라도 통상 5년의 방사선 저감 기간을 가져야 하고 해외의 경우 운전 연장으로 영구정지 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리1호기를 필두로 하여 2020년대 중후반부터 2030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발생이 예상된다.

그러나 원전 해체를 예정대로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준비가 전제 되어야 한다.

원전 해체를 진행하기 위해 첫째 필요한 전제 조건은 사용후핵연료처분 방안이다. 원전 해체를 하기 위해서는 원전 내부의 수조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빼내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고리1호기에는 사용후핵연료저장수조에 475다발, 약 22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경우 원전 외부에 건식저장 설비가 있어 사용후핵연료 일부를 건식저장 설비에 보관하고 있으나 이 건식 저장 설비의 확충도 반원전 단체의 시위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고리1호기와 같은 경수로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건식 저장 설비가 전무해서 건식 저장설비를 짓고 자 할 때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 

이러한 지역주민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절차와 방법이 법으로 명확히 제시 되어야 한다. 즉, 임시저장 시설이 영구저장이 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중간저장시설의 확보 방안, 최종적으로 영구처분장 건설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두 번째 필요한 조건은 극저준위폐기물 처분 방법이다.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보다 낮은 방사선 준위이나 자체 처분이 가능한 기준보다는 높은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 해체 시에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여 원전 해체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만들어야 하고 폐기물의 인수기준도 수립해야 한다. 극저준위폐기물을 현재 경주에서 운영 중인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처분할 수도 있지만 이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경우와 같다.

3년 전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시에 국민이 정부에게 요청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가 확고한 안전의 확보이고 두 번째가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이었다. 또한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서 원전 해체 사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용후핵연료와 극저준위방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서는 원전 해체는 반쪽짜리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정부는 원활한 원전 해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와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