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人]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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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人]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장정흡 기자
  • 승인 2020.07.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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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고여 투자 멈춘 현금 경쟁력 있는 중기에 흘러가게 해야”
단기적으론 초과이익을 다양한 형태로 공유
중·장기로 중기 위주의 신사업정책 전환을
대기업은 R&D 중 ‘연구’에 집중해야

저성장·양극화 인한 사회갈등 해소하는데 기여
사회적 약자 생활 개선 ‘사전적 복지처방’ 역할도
불공정 분배의 관행 개선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의 창궐로 우리의 일상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됐다. 초록잔디와 푸른 하늘은 있지만 관중이 없는 야구장에서 펼치는 야구처럼 말이다.” 대한민국 제40대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현 KBO 커미셔너)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시회 초청강연에서 동반성장을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성장은 부진일로를 걸을 것이고 분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저성장과 양극화는 새로운 일상이 되고 우리는 그 일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동반성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이란

동반성장이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된 것은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 이후다. 그러나 동반성장은 쓰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제각각 다르고 보는 시각도 저마다 다르다. 동반성장이란 기치 속에 들어있는 올바른 알맹이가 다양한 논객들의 색깔론과 목소리에 가려 국민들만 혼란스러워하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서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철학이다. 큰 사람 것 뺏어서 작은 사람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하되 분배는 조금 바꾸자는 것이다.

동반성장의 배경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초 정부 주도의 본격적 경제개발계획이 실시된 이래 최근까지 반세기 이상 선성장·후분배에 입각한 경제성장이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전략이었다.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시장메커니즘이 대거 도입·정착되긴 했으나, 선성장·후분배라는 기본 접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 6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수출과 같은 특정 부문을 선도 부문으로 먼저 육성하고 그 성과가 경제 전체에 파급되기를 기대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에 의존해왔다. 성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상 목표였고 분배와 형평은 부차적 고려사항이었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을 우대하는 산업구조가 고착됐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수직적 관계 속에 불공정 거래를 감수해야 하는 위치로 전락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분배문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그 결과 오늘날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양대 문제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 사회는 가계부채가 1600조원이 넘었다. 가계부채가 많으니 다들 허리띠를 졸라 맨다. 내수가 줄어드니,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타격이 크다. 쌓이는 재고로 이들의 투자도 부진하다. 수출 대기업의 뛰어난 성과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급속히 진행된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국내적 산업연관관계가 단절됐고, 수출과 내수 간,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계성도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성장 둔화와 양극화 심화를 가져온다. 이는 양극화 심화→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 누적→내수 부진→성장 둔화→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한국 경제에 구조화됐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은 지금까지도 지난 60년 동안의 선성장·후분배의 관성 또는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확립된 불공정한 분배관행과 기존 이해관계의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든 영세민이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한국 경제라는 배에 동승한 이상 더 이상 동반성장을 실기하면 모두에게 공멸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개선 없이는 성장둔화를 피할 길은 없다. 동반성장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선성장·후분배라는 20세기의 낡은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게 됐으므로, 이제 21세기에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자리 잡은 불공정 분배의 관행을 공정하게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자는 성장전략이 바로 동반성장이다.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구체적 방법에 관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초과)이익공유(협력이익배분)를 실행해야 한다. 대기업이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것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진출, 또는 고용안정을 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시혜적인 것이 아니고 보상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초과이익의 적지 않은 부분은 납품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연유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이 더 이상 지네발식 확장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신규 참여 확대를 금지하는 업종을 선정해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자는 취지다. 아울러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들은 기존의 불공정한 게임 룰 아래에서라면 대기업으로 흘러갔을 돈이 중소기업에 합리적으로 흘러들어가도록 교정하는 조치들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위주의 신사업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대학의 학자금 융자에 혜택을 준다거나 군복무에서 혜택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국가기관, 예를 들면 KOTRA가 대학, 중소기업 등과 협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R&D 자금 배분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야 한다.

동반성장의 결실은 무엇인가

성장이 촉진돼 경기침체를 완화하고 지속적 성장의 기초가 된다. 한국 경제는 인구가 5000만이 넘으면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5030 그룹에 속하게 됐고, 일본·중국에 비해 국가신인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가 부진해 잠재성장력이 떨어졌다. 대기업은 돈은 많으나 투자대상이 부족하고 중소기업은 투자대상은 많으나 돈이 없다.

대기업의 투자 증가를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R&D의 방향전환, 즉 D에서 R, R도 진정한 R로의 점진적 전환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R&D의 대부분은 개발(Development)이고 알량한 R도 연구(Research)라기보다는 개선(Refinement)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차피 대기업에 고여 투자를 안할 돈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흘러가게 만들어 중소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면 단기적 성장을 이루면서 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동반성장은 여러 가지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을 개선해 사후적 복지수요를 줄이는 사전적 복지처방의 역할도 수행한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 필요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공존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동반성장은 영원히 이상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 속에 대기업의 선도적 변화와 중소기업의 자조가 어우러진 삼위일체가 동반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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