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에어컨 사용 위해 주기적 환기 필요
고성능필터 장착한 공기청정기 사용도 방안

김민수 교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큰 생활의 변화를 겪고 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기회가 될 때마다 손을 씻는 것은 물론이고, 문 손잡이와 같이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물건에는 저절로 신경을 쓰게 된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무엇이길래 가장 고등 동물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살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랜 진화에 걸쳐 개발된 체내 면역체계다. 이 과정을 촉진하고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혹은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바이러스 진화와 변이는 매우 빠르고, 그 속도가 치료제 개발 속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에 걸쳐 개발된 의학, 생명공학, 컴퓨터 기술, 제조 기술 등 각종 첨단 기술을 보유한 인간이 스스로 생명 활동도 하지 못하는 단백질 덩어리인 바이러스에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가 되기에 생활방역에 힘써야 하고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라는 장치는 기계설비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필터링 장치다. 필터를 달아 놓은 장치에는 차압이 걸리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을 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KF94 마스크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로 개발돼 매우 낮은 투과율을 갖고 있어 숨쉬기가 어렵지만, KF80 마스크는 상대적으로 투과율이 높아 숨쉬기가 KF94보다는 수월하다. 침방울 방지 측면에서 보면 KF80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기계설비 영역에서도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건물 외부에서는 바이러스가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낮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건물 내의 문제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마스크를 착용했을 경우 덥게 느껴진다면 마스크를 벗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그러기에 에어컨을 적절하게 작동해 온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습도를 낮춰 쾌적성도 확보해야 한다.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이 기류를 통해 실내 바이러스 전파를 촉진할 것인지, 혹은 에어컨 내 필터를 통해 비말이 제거돼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안전한 에어컨 사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권고된다. 먼저 환기를 통해 신선한 외기를 자주 유입해야 한다. 물론 창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을 튼다면 실내 공기온도가 내려갈 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2시간당 1회 정도의 환기는 필요하다(이는 2시간 마다 실내 공간에 해당되는 만큼의 공기량을 실내로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순환을 통해 실내 바이러스 농도를 낮출 수 있고, 이로 인해 감염성이 감소된다.

가급적이면 에어컨 기류를 간접기류로 조성해야 하는데, 이는 감염성 침방울 입자가 기류를 통해 공간 내에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헤파(HEPA)필터 이상으로 투과율이 낮은 필터를 장착해 바이러스와 세균 제거에 도움을 줘야 한다. 공기청정기는 고성능 필터가 장착된 경우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기류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전열교환기가 설치됐다면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전열교환기가 없다면 이 때에는 창문을 개방해 맞통풍하는 것이 필요하며, 가급적 외부공기의 도입을 늘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운명적으로 바이러스와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얻는 교훈처럼 개인의 안전과 위생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항상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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