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스템에어컨 보다 전력 34% 절약 가능
​​​​​​​난방설비처럼 아파트 설계단계부터 적용해야

□ 한국지역난방공사 청정냉방시스템

11kW급 제습냉방기 시제품.
11kW급 제습냉방기 시제품.

[기계설비신문 장정흡 기자]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은 폭염과 실내 공기 오염이 연일 관심거리다. 가정에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동시에 가동하며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제습기, 환기장치를 합친 청정냉방시스템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청정냉방은 고성능 제습제가 도포된 제습로터가 회전하면서 흡습작용과 동시에 지역난방열을 이용한 재생작용을 반복, 실내 습기를 제거하고, 증발냉각기가 물이 증발할 때 주위 공기온도를 떨어뜨리는 증발냉각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공기의 순환 과정에 IFD(전자헤파필터)를 장착해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각종 오염물질까지 거르는 청정냉방은 말 그대로 에어컨 기능과 제습기, 공기청정기, 환기장치를 합친 역할을 한다.

강력한 제습효과로 뽀송뽀송하고 시원한 냉방을 제공하는 한편 창문을 열지 않아도 완벽하게 이뤄지는 환기와 함께 공기청정 기능까지 제공할 수 있다.

◇ 청정냉방 기술개발 경과
청정냉방기가 처음 선보인 것은 카이스트에서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연구한 고효율 제습물질 및 간접 증발냉각기다. 이어 국내 최대 집단에너지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4kW급 청정냉방기 시작품 개발을 시작으로 2009년 7kW급 청정냉방기 시작품을 개발했다.

겨울철에만 쓰는 지역난방용 온수를 여름철에도 활용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얻은 값진 결과다.

하지만 초기에 나온 개발품은 제품 설치면적이 큰데다 냉방성능에 아쉬움이 있었다. 여기에 시스템 안정도와 내구성도 떨어지는 등 불편도 적잖았다. 한마디로 아직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이후 지역난방공사는 청정냉방기 제작 업체와 함께 꾸준히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나갔다.

일단 냉방능력을 더 끌어 올렸다. 이전 7kW에서 11kW 수준으로 냉방능력을 키웠다. 청정냉방 역시 시스템에어컨(베란다에 실외기 설치 후 천장을 통해 각방 냉방) 형태인 만큼 30∼40평형대 아파트단지의 냉방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또 급속냉방 등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전기와 열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콘셉트를 변경했다. 물론 전기와 열의 비중은 3대 7로 전기가 지역냉방을 보조해주는 역할로 한정했다.

청정냉방 개념도.
청정냉방 개념도.

에어컨·공기청정·제습·환기기능 한번에
상용제품 개발·경제성 확보 숙제로 남아

2019년도 실증시험을 통해 검증된 11kW급 청정냉방시스템의 주요 성능을 살펴보면 소비전력은 시스템에어컨의 66% 수준으로 줄였다. 재생열량 사용량도 늘려 전기는 줄이는 대신 열 사용량은 일부나마 늘렸다. 특히 전기COP는 2018년도 4.63보다 올라간 4.91로 향상됐다.

한난과 청정냉방시스템 제작사인 경동나비엔 등은 오는 2022년까지 전력사용량은 전기에어컨의 60% 수준으로, 전기COP는 6.0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설치면적 역시 현재 2.30㎡ 수준에서 1.82㎡로 축소하는 한편 상용화를 위한 양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시장 확보 노력과 연구개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 건강효과·에너지효율 ‘UP’
소득수준 상승과 지구온난화가 맞물리면서 에어컨은 이제 가정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폭염 일수를 조사한 결과 1990년에는 17.2일에 그쳤으나, 기록적인 폭염이 왔었던 2018년에는 무려 31.4일로 늘었다.

청정냉방은 전기에어컨처럼 단순하게 실내온도만 내리지 않는다. 

증발 및 응축 등 제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외부공기를 끌어오기 때문에 창문을 여는 등 별도의 노력 없이도 자동적으로 환기가 진행된다. 여기에 반영구적인 IFD(전자헤파필터)를 사용, 3㎛의 초미세먼지까지 95%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실제 청정냉방시스템을 가동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2018년 실시한 ‘제습냉방시스템의 실내 환경 개선 평가 연구(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청정냉방을 가동한 지 20분 만에 99.9%가 감소했으며, 일산화탄소 역시 가동 10분 만에 80%, 가동 30분쯤에는 98% 수준으로 줄었다.

아울러 포름알데히드는 가동 20분 만에 99.9% 감소한 것을 확인했으며, 휘발성 유기화합물(VOD)도 청정냉방기를 돌린 지 30분쯤 99.9%가 제거되는 등 건강한 냉방기로서 성능을 입증했다.

청정냉방은 냉방요금을 절감하는 등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2019년 여름철에 청정냉방기를 실증한 결과 시스템에어컨(11kW) 대비 전력소비량은 34%, 월간 냉방사용요금은 10∼14% 절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청정냉방설비 안정화와  최적화 등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경우 냉방요금은 전기에어컨보다 15% 이상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정냉방 효과 분석도.
청정냉방 효과 분석도.

◇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지역난방 소비자와 집단에너지사업자, 국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점을 발휘하는 청정냉방이 보급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누구나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상용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성능은 완벽히 입증됐으나, 보다 많은 가정에 설치돼 기계적 안정성과 내구성 등 사용편의성까지 완벽하게 갖춰야 하는 일이 남았다. 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실외기 콤팩트화를 비롯해 시스템에어컨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가격을 낮추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설치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선과 정부지원도 필수적이다. 

청정냉방은 특성상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가구별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파트단지 전체에 동시에 설치돼야 가장 경제적인 냉방시스템이다. 특히 냉방기 설치장소가 필요하고, 덕트 공사 등 아파트를 지으면서 최초 설계단계부터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방설비처럼 냉방설비 역시 아파트를 처음 건설할 때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청정냉방을 설치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청정냉방에 대한 항목이 없고 배점도 불리하게 설정돼 있는 만큼 설계기준을 변경, 항목을 신설하고 오히려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분양가 상한제에 청정냉방 설치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과거 자동차를 살 때 에어컨이 옵션이었던 것처럼 아직 냉방장치를 추후 소비자가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해 냉방용 천연가스의 경우 도매공급비용을 면제해줄뿐더러 기준연료비 75% 수준의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냉방을 위해 열병합발전기를 돌릴 경우 냉방요금 적용을 안 해준다. 냉방용으로 정확히 어느 정도의 연료가 소모됐는지 계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지역냉방이 여타 냉방방식과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가스냉방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청정냉방기 시범사업 본격 추진
한난은 고양시 관내 고양시립화정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내년 11월까지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냉방성능과 공기질 개선에 대한 실사용 환경에서의 검증을 통한 향후 신규 어린이집 등 확대보급할 계획이다.

또 LH 임대주택 내 커뮤니티시설에 대해서도 오는 11월 장소를 선정한 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2022년 제품설치와 운영을 통해 청정냉방 성능에 대한 검증을 통한 후 향후 공공기관 임대주택에 적용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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