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말 그대로 봉이다. ‘일단 울고 보자’ 민원으로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듣게 된 사연에 마음이 무겁다. 사연인즉슨 고품질 시공을 위해 건축자재 변경했더니 관련 업체가 반기를 들고 나선 것. 진정서를 제출해 이를 해명하기 위해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기술 변화에 둔감한 한국 건설시장의 축소판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결국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 역시 맥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서열에 서있는 한국 건설산업의 생산체계만큼은 여전히 과거 수준을 맴돌고 있다. 특히 생산성은 예나 지금이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정부도 시대 변화를 무겁게 인식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체질 개선 등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울고 보자’는 대응에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지(之)자 걸음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20세기에나 볼 법한 안건을 두고 갈등을 반복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모듈러 공법, 3D프린팅 등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채택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에 견줘볼 때 더욱 우려스럽다.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환경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혁신안이 발표되더라도 출발선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그 누구도 걸어보지 못했던 길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때 미래를 결정 짓는 요소는 ‘얼마만큼 준비했는가’일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취재원은 “종합이든, 전문이든, 기계설비든 생산체계 개편에 대비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 한다”라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생산체계 개편 논의가 시작된 직후 지금까지 ‘건설업계’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어떤 개편안이 나올지 지켜보고 그때 대응하자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라도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혁신의 파도를 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건설산업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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