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뉴딜, 기계설비산업 중추적 역할 맡을 것”

공공임대주택 환기설비에 제균 기능 본격 추가
바이러스 대응 환기설비 고도화 위해 협력해야

이제헌 한국주택토지공사(LH) 주택설비처장이 25일 경남 진주시 LH 사옥에서 <기계설비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9.25 김민지 기자 mjk@kmecnews.co.kr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국내 최대 건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설비처 움직임이 최근 매우 분주하다. 지난 4월 시행된 기계설비법령을 적극 반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린뉴딜을 넘어 휴먼 뉴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등에 대응하는 그린 뉴딜을 넘어 인류의 고민에 해답을 주는 휴먼 뉴딜을 준비하는 이제헌 공공주택설비처장을 지난달 28일 경남 진주 본사에서 만나 기계설비법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가는 LH의 미래 계획과 준비, 전망 등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기설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LH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건당국은 자연환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시간에 여섯 번 환기를 하면 공기 중 바이러스가 1/100 이하로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LH에서는 환기설비에 살균 기능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작년까지 정부 100대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국민건강과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에 호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이 궁금합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LH는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CO₂) 연동 스마트 환기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최초로 지난 2017년 분양주택에 처음 적용됐는데, 개발 과정에서 살균 기능도 검토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업체가 난색을 표해 끝내 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아쉬움이 크실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쉽죠. 쾌적한 실내 공기를,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임대인에게 줄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올해부터 이미 시중에 출시된 UV(Ul traVioletrays·자외선) 램프를 환기설비 유닛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균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입주민이 적극 활용해야 할 텐데요.
“맞습니다. 환기설비를 제대로 유지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LH에서 자체적으로 환기설비 작동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제대로 운영되는 비율이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입주민이 환기설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나름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환기설비 작동의 필요성과 가동방법을 담은 안내 책자를 만들어 전국 LH 아파트에 배포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강화해 환기설비가 입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보입니다.
“공공주택설비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목한 그린뉴딜을 포함하는 ‘휴먼 뉴딜’을 실현할 핵심 부처입니다. 단순히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쾌적한 생활환경을 주민들에게 마련해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류의 보편적 복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나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로에너지 주택 건설과 저탄소 사회 실현 역시 기계설비산업계의 역할 없이는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류 보편적 복지란 말이 와 닿습니다.
“기계설비가 주거복지차원을 뛰어넘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등공신이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전국 LH 아파트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설비에서 원전 1기를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원전 건설에 투입될 예산을 공조·난방설비 확충 등을 위한 주거 복지에 투입할 여력이 생깁니다. LH가 현재 공동주택에 설치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설비를 통해 생산되는 전기량에 관심을 갖는 이유죠. 그 수치가 명확해진다면 기계설비에 대한 투자를 통해 난방, 환기 등을 입주민이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절약 등 국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헌 한국주택토지공사(LH) 주택설비처장이 25일 경남 진주시 LH 사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는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2019.9.25 김민지 기자 mjk@kmecnews.co.kr

그린뉴딜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속도로 높아졌는데, 공공주택설비처는 무슨 역할을 맡게 되나요?
“한국판 뉴딜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공공주택설비처는 정부의 그린뉴딜에 부합하면서도 민간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 에너지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설계와 노후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사실 공공주택 내 기계설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업무를 추진하면서 여러 애로사항이 발견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는지요.
“기존에 도입했던 태양열시스템은 많은 하자와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특히 태양광발전에 비해 낮은 경제성, 유지관리의 어려움, 많은 하자 등으로 인해 보급이 저조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로에너지빌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기계설비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 최적화 적용 방안에 대한 많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기계설비분야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2%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축물의 수명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이 문제점의 대안은 장수명주택일 수 있습니다. LH도 장수명주택 양호등급 획득을 위한 기준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기계설비분야에 국한하면 욕실 당해층배관, 난방 건식화, 싱크대배수관 노출, 기계실 배관의 접합 방식 등에 대한 기준을 검토하는데 중기적으로는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을 위한 기계설비 분야의 세부항목에 대한 발굴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계설비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작년 10월 지역난방공사와 ‘분산형 연료전지 설치·운영사업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공동주택 지열 최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 중입니다. 올해는 제로에너지 도시와 제로에너지주택 실현을 위한 수열에너지 적용 방안과 기계설비산업의 중장기 발전 전략인 ‘기계설비(Mech) 2030’ 로드맵 수립 연구용역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기계설비법 시대에 맞춰 기계설비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기계설비 분야 일자리가 늘고 기계설비인의 위상이 강화될 것입니다. 기계설비산업계는 에너지 환경 개선, 저탄소 사회 구현, 기후 변화 대응, 제로에너지 주택 건설 등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시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기계설비인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인 만큼 산·학·연 등 기계설비인이 하나로 어우러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협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