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여름 전력 사용량 급증 원인 될 수도”
교육부 교실내 공기청정기 설치사업 무용지물
공기순환장치 KS 기준 마련 올해 연말로 연기

[기계설비신문 김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와 지자체가 에어컨 가동 시 자연환기를 권고하면서 일각에서는 에너지 절약에 퇴행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방역당국은 최근 공기 중에 떠 있는 비말(침방울)이 에어컨 바람에 날려 퍼질 수도 있다는 연구 사례에 따라 학교 등 실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수시로 환기를 시킬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 부산시 등 각 지자체 또한 시내버스에서 에어컨 가동 시 창문을 열고 운행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자연환기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환기를 하지 않고 에어컨을 가동하면 코로나19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문냉방은 전력 사용량 급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 더 무더운 여름이 되면 전력 수요량이 급증해 블랙아웃을 초래할 수도 있어 보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력량 자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개문냉방을 권고하는 정부 지침이 산업계까지 적용된다면 전력 수요는 급상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실 내 환기시설 설치 사업 지연에 대한 문제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육부와 지자체는 최근 2~3년간 교실 내 환기시설을 확충하고 나섰지만, 전국 초중고 학급 중 대다수가 KS(한국공업표준규격) 기준 미비, 소음 문제 등의 이유로 기계식 환기설비보다는 공기청정기를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교실 내 기계식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제라도 기계식 환기설비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올해 6월 예정돼 있던 공기순환장치 KS 기준 마련은 연말로 미뤄진 상태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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