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품질 악화 등 기존 논리 답습
소방공사협회, 고질적 하도급 병폐 막아야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소방공사 분리발주’ 움직임에 종합건설업계가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20일 열릴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통과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 분리발주를 확대하기 위한 첫 관문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15일 국회에 반대탄원서를 제출했다.

건설협회는 탄원서를 통해 "건설산업과 소방업계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고, 관계부처간 협의도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됐다"고 주장했다.

또 탄원서는 분리발주를 시행하면 △안전과 품질 악화 △하자 책임 소재 불분명 △신속한 보수의 어려움 △효율적 공사수행 곤란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담았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건설협회의 이같은 주장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논리로, 과거 분리발주나 주계약자 공동도급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면 등장하던 논리를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는 지적이다.

소방시설공사협회는 "건설협회의 품질 악화 주장은 소방시설공사를 하도급 공종으로 전락시킨 결과"라며 "적정공사비 확보가 힘들어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민 안전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건설협회가 소방공사를 분리발주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 제시한 사고 사례가 적절치 않다고 소방공사협회는 주장했다.

건설협회는 의정부지검고양지청의 2014년 9월 17일 자료를 인용,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가 수사 결과 분리발주가 화재 발생의 위험을 가중시킨 과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반면 소방시설공사협회는 해당 자료가 ‘발주자에게 안전관리책임을 부과하는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며 ‘분리발주로 인한 사고가 아닌 건설과정에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이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결과라고 반박했다.

당시 검찰은 당시 건설공사의 원도급업체가 무면허업체에 불법 하도급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건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건설현장은 위험한 공정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전 공정에서 위험한 작업에 대한 조율과 관리·감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건설협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방시설공사협회는 수직적 하도급체계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적정 공사기간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면 위험 공종을 동시에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수평적 협력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법안을 졸속 통과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개정을 중단하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시설공사협회 관계자는 ‘소방업체가 건설업체와 갑을관계로 종속돼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이중·이면계약을 바로잡기 어렵다“며 ”하도급 병폐로 끊이지 않는 부실공사를 차단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공사를 둘러싼 오랜 갈등을 놓고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책임형CM발주제도’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최저가 입찰 방식에서 벗어나 공사비용 상승 문제와 공사기간 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선진발주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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