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패널에 불연재 적용하고 가연성작업 최소화 설계해야
가연성 자재 사용땐 작업허가제로 사전 안전대책 확인후 관리

정재욱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욱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이천 물류창고 화재’ 통해 본 선제적 안전관리의 필요성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인해 3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피해 규모 자체도 크지만, 2008년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이천 냉동창고 화재가 재현된 후진적 사고라는 측면이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을 정리해보면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 그리고 지하층 내부에서 이루어진 용접작업이 사고의 키워드로 보인다.

이를 통해 현장 상황을 추정해보면, 1)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냉장/냉동보관이 요구될 수 있는 물류창고 특성상 외벽과 내부칸막이에 단열성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샌드위치패널을 적용하고, 2) 샌드위치 패널로 처리가 되지않은 내부 단열구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가장 사용하기 용이한 우레탄폼을 충전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3) 공사 일정상 설비배관이나 엘리베이터 설치 등 용접이 발생할 수 있는 작업들이 내부 마감공사와 병행해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이 주로 적용된 물류창고에서, 스프링쿨러와 같은 소방설비가 작동될 수 없는 시공단계에, 우레탄폼 작업으로 인한 유증기가 있지만 가설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지하공간에서, 화기작업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진행 중 폭발 또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인은 금번 사고에 대해 안전관리의 위계(Hierarchy of Controls)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안전관리의 위계란 잠재적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기본적인 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OSHA에서는 위험요인의 관리에 있어 1) 제거, 2) 대체, 3) 위험요인과 근로자를 이격, 4) 작업환경 개선, 5) 개인보호구 착용의 순서로 우선순위를 정의하고 있다. 즉, 동일한 위험요인에 대해 가능하면 제거하거나 덜 위험한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장 작업환경 개선이나 개인보호구 착용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대체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시공단계가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부터 선제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하며,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가 이를 주도해야만 한다. 이러한 선제적 안전관리의 개념을 건설업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는 영국의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제도라고 할 수 있다.

CDM 제도는 발주자의 주도하에 설계와 착공 전 단계에서 시공 및 유지관리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구체화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소방과 관련된 세부지침 상에서 목재나 샌드위치패널을 적용한 건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화재위험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 기획 및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번 사고대책에 이 개념을 우선 순위별로 적용해본다면, 첫째, 샌드위치패널 제작 시 그라스울 또는 락울과 같은 불연 단열재 적용을 의무화해야한다. 둘째, 건물 내부에도 준불연 단열재 적용 확대, 무용접 배관이음 공법, 마감 및 설비의 선조립 공법 등 현장에서 용접작업이나 우레탄폼 충전 같은 가연성 작업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권장해야 한다.

셋째, 부득이한 화기작업이나 가연성 자재 사용에 있어서는 작업허가제(PTW:Permit To Work)를 통해 작업 전 안전대책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화기 작업 시에는 철저한 가설 환기, 타 작업 중단 등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화재감시자, 소화기 배치 등 작업 중 안전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첫 번째 대책은 샌드위치 패널의 단가 상승, 단열성능 저하 등의 문제점이 예상되며, 두 번째 대책은, 고비용 기술의 설계 반영으로 인해 전반적인 공사비가 증가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후진적인 대형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위 단계의 선제적 안전관리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건설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기관 주도의 특별점검, 전수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대부분 다수의 현장에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외부기관의 점검이나 시공단계의 안전관리 강화도 필요하며, 공공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 적용하기 용이한 낮은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없으며, 이러한 후진적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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