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법적 안전장치·업계 안전의식 절실

■ 영국·싱가포르 사례 거울삼아
■ ‘산재 사망 처벌 하한형’ 적용 등
■ ‘산업안전 보건법’ 재개정 해야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현장. [연합]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현장. [연합]

고용노동부가 수차례 남이천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 대해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발생한 화재사고로 38명(5월 6일 기준)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유해 위험 방지 계획서’를 마련토록 규정했지만, 현장에서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무대책’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 또 한 번 아까운 인명만 잃었다. /편집자주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남이천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화재사고〈사진〉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산업재해 사고를 5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한 데에 따른 처벌 규정도 보다 강력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참사는 우레탄 폼, 도장, 방수작업, 용접 등이 동시에 작업되는 과정에서 화재 확산의 주범인 ‘샌드위치 판넬’과 우레탄 폼에 대한 사용금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우레탄 폼을 사용하는 현장에는 모든 협력업체간 위험 공종 요인의 작업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레탄 폼 작업 등 화재 취약 작업과 용접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유증기 등이 예상되는 작업에는 가설 환기설비를 설치하고, 불티가 튀는 작업 시 비상상황을 대비한 대피로 확보 등의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근원적인 대책도 거론된다. 적은 공사비와 공기에 쫓기듯 시공하는 현 실태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열공사와 화기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도록 하거나, 불연 단열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설안전 관련한 해외 사례도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과 싱가포르다.

먼저 영국은 시공 이전 단계부터 발주자를 중심으로 주요 관계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건설업 설계관리제도(CDM)’를 지난 1994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공사를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계획·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심축은 공사를 발주하는 원청사이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안전관리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의 건설안전 관련 실행력은 강력하다. 지난 2009년부터 최근 10년간 싱가포르 건설업 사고 사망자 수는 급감했다. 싱가포르 건설업 근로자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2009년 8.1명에서 2018년 3.1명으로 줄었다. 2018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는 14건으로, 사망자 수는 8명에 그쳤다.

물론 같은해 한국의 건설업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수)은 1.65명으로 수치상으로 비교할 때 한국이 월등히 앞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10만명당 사망자 수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사망만인율을 10만명으로 환산하면 16.5명으로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건설현장 안전을 빠르게 강화한 배경은 엄격한 법과 각 현장에 꼼꼼하게 적용하는 실천력이 거론된다. 특히 현지 건설사들은 건설현장의 모든 위험에 대한 관리 의무와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점도 한국과의 차이점이다.

이러한 해외 실정을 반영해 노동계는 지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정에서 삭제된 ‘건설하도급 산재사망 처벌 하한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재개정해야 하는 등 강력한 법 집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중대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발주처는 안전이 확보된 공사 기간을 보장하고,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입찰시 불이익을 주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의 대책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현실적이며 책임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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