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 정치인들이 가장 자세를 낮추고 겸손해지는 그날이 왔다. 지난 2일 4·15 총선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으로 거리 곳곳에는 선거유세차량의 모습과 소음 아닌 소음이 들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이전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4·15 총선 투표참여 대국민 행동수칙’까지 배포됐다. 투표소 갈 때 반드시 챙길 것에는 신분증에 더해 마스크가 추가됐다.

마스크를 쓰고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를 바른 후 비닐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투표용지를 받으러 가면 역대 가장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다. 투표용지 길이만 약 50cm에 달한다.

투표지는 분류기에 넣을 수 있는 길이를 넘어서 100% 수개표 방식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이는 투표지 분류기가 도입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매번 역대급 투표용지라면서 기록을 갈아치우는 이유는 뭘까.

오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35개의 군소정당은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여기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내놓은 미래한국당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정체성을 알 수 없이 급조한 당들도 엿보인다.

현행 선거법을 요리조리 피한 꼼수에 참으로 정떨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두둑한 국고보조금까지 받았다고 한다.

애초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정당이 원내로 진입할 길을 열어주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해 다양성을 꾀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첫 도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습에 입안이 껄끄럽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취지가 훼손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한 응답은 67%를 넘었다.

올해 실시하는 총선은 국가의 미래이기도 한 만18세 교복 입은 유권자들의 ‘첫’ 선거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위성정당들의 모습에 청소년 유권자들을 보기가 면구스러운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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