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뒤덮어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는 부실공사에 대한 벌점부과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힘겨루기를 하는 안타까운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지난 1월 20일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골자는 부실시공과 품질·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벌점제도를 점검 현장수로 나누는 현행 누계평균방식에서 누계합산방식으로 변경해 건설업체의 선분양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협회를 주축으로 한 건설 관련단체들은 국토부 안대로 벌점제도를 바꾸면 업체들의 누적 벌점이 크게 늘어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감점, 입찰참가자격 제한 및 선분양 제한 등을 적용받는 건설업체들이 대폭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2번이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논란은 있었다. 그때는 현장의 부실벌점만을 업체별 누계 부실벌점에 반영하고 이 벌점을 현장수로 나눈 평균벌점을 가지고 PQ에 참여토록해 업체들의 우려를 자아냈었다.  

그리고 국토부는 지난해 다시 부실벌점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벌점기준 개정안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거쳤다. 용역을 통해 누계평균벌점은 2년 동안 부실공사가 적발될때마다 누적된 현장벌점(항목당 1~3점)을 각 반기별 평균벌점으로 환산한 후 그 합계를 다시 절반으로 나누는 산식을 적용함으로써 벌점이 소수점 이하로 낮아져 현장수가

많은 업체들은 부실을 반복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에 국토부는 개선안으로 합산벌점을 내놓았고 벌점에 따른 제재방법으로 입찰 제한은 물론 건설사의 선분양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 기준을 적용하면 주택분양사업을 하는 업체들 대다수는 선분양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선분양 제한이 가시화되면 대형업체들도 부담이 되겠지만 자금여력이 열악한 지역의 중소 건설업체들은 분양시장에서 퇴출되는 악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

부실시공 사례를 보면 장판·도배 등 대부분 안전과 관련이 적은 것들로서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업계의 주장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또 건설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구조적으로 벌점이 많이 쌓여 불리하다고도 항변한다.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연 벌점부과가 최선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부실 유발 요인중에 발주제도에서 기인한 문제는 없는지, 공사기간과 공사비 산정과정이 합당하고 업체들이 공사기준과 규정을 지킬수 있는 합리성이 있는지 등도 되짚어 봐야 한다.

거기에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을 때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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