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에서 경쟁체제 전환 따른 변화상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교수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의 에너지 산업의 두 개의 큰 기둥은 가스산업과 발전산업이다. 두 분야는 대표적인 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초기 건설비용이 높아 본래부터 자연스러운 독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값싼 제품의 생산과 수출경쟁력 유지를 이유로 원가보다 낮게 공급하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정부가 독점적으로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이 둘 산업에서 경쟁체제 실험이 이뤄졌고 나름 성공사례가 늘어나면서, 한국도 에너지 시장에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생산 및 공급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에너지시장에서의 경쟁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위험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공급의 주요한 부분은 정부가 여전히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특히 가스산업은 거의 철옹성처럼 한국가스공사가 대부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계약을 도맡아 하고, 도매를 통해 국내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발전사들이나 가스보급사들에게 판매해 왔다. 

한국가스공사는 대규모 물량을 장기공급계약 방식으로 거래하므로, 거래 협상력도 탁월하여 성공적인 계약을 달성해 왔고, 안정적 도입뿐 아니라 비상상황 대비 저장도 할 수 있어 국내 에너지 안보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이후 LNG 직수입이 소폭 허용되면서 국내 몇몇 민간발전사들이 해외 바이어를 통해 상당히 성공적인 계약을 따내었고, 낮은 원료가격이라는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 전력거래에서도 항상 우선순위를 받아왔다.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등락을 반복할 경우에는 가격변동성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가스공사를 통한 장기계약이 유용할 수 있지만, 최근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은 매우 안정적인 동시에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자 국내 대형 발전사들도 가스공사와 장기계약보다는 그때그때 가장 낮은 현장가격으로 직수입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를 관철시켜 직수입 허용량 확대를 받아낼 수 있었다.

가스공사 차원에서는 큰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수입물량이 너무 많이 줄어들면 수입량의 일정분인 국내 비축량도 감소하여, 국가에너지 안보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정부는 그 동안의 가스공사와 국내발전사들 간에 맺어온 계약방식인 ‘평균요금제’를 2020년부터 ‘개별요금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말해 개별요금제는 해외가격과 비교하여 각 발전사와 서로 다른 가격에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 새로운 계약방식에 따라 국내 발전사들은 직수입을 하거나 가스공사와 장기간 안정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글로벌 가스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가스공사와 계약을 선호할 것이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 직도입을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새로운 계약방식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도 함께 열었다. 

이는 국내 발전사들도 가스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고, 가스 공사를 포함한 가스 업체도 발전사업자가 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국내 발전사들은 가스공사의 저장 및 운송 인프라를 쓰면서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해외에서 LNG를 수입하여 국내 가스보급사들에게 판매할 가능성이 커졌고, 가스공사 등 가스업체도 새롭게 천연가스 발전소를 운영하여 추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들 시나리오는 아직 법적으로 넘어야하는 산들이 있지만, 가스산업과 발전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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