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어요. 신종 전염병인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죠.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얻은 교훈으로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음압격리병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병실과 음압격리병실은 어떻게 다를까요? 

◇ 자연 현상에서 착안한 ‘음압격리병실’

음압격리병실은 병실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특수 공간입니다. 의료진 출입 등을 위해 출입문이 설치된 것을 볼 때 완전 밀폐된 공간이 아님에도 공기가 새지 않도록 만들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언뜻 보기에 공기의 흐름을 완벽히 통제한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자연현상에서 착안한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일기예보를 보면 ‘고기압(H), 저기압(L)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여기서 ’기압‘은 바로 공기가 누르는 힘을 말해요. 공기는 밀도가 높은 곳(고기압)에서 낮은 곳(저기압)으로 흐르는 성질이 있죠. 우리는 이를 바람으로 느끼게 됩니다. 기압차가 클수록 바람 세기는 강해집니다. 

음압격리병실은 인공적으로 일으킨 기압차를 이용해 공기의 흐름을 한 방향(외부·고기압→음압병실·저기압)로 불도록 만들었답니다. 자연 현상을 거스를 수 없기에 당연히 공기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게 됩니다.

각 실간의 기압차는 2.5Pa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으로 해요. 중앙감염병원 시설기준을 보면, 고도 음압격리병상의 경우, 실간 기압차는 15Pa를 항상 유지하도록 규정했습니다. 

◇ 음압격리병실 내부가 궁금해

음압격리병실에는 병실로 진입하기 전 ’전실‘, 격리 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병실‘, 그리고 샤워실이 포함된 ’화장실‘로 이뤄졌답니다. 물론 화장실에 욕조는 설치하지 않아요. 세면대에는 비접촉식 자동수전이 설치됩니다. 손을 접촉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오염원 확산을 막기 위함이죠. 변기는 벽부착형 후레쉬 밸브타입으로 설치되고, 자동배수 방식이 적용됩니다.

전실 출입문은 자동문이에요. 무엇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로크(Interlock)‘ 방식으로 시퀀스(Sequence) 회로를 사용합니다. 복도와 전실 사이에 설치된 출입문과 전실과 병실 사이에 있는 출입문이 동시에 열리지 않도록 만든 셈입니다. 

물론 화장실은 병실에서만 직접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비감염인과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바이러스의 확산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기계설비는 어떤 역할을 하나?

음압격리병실 내 공기나 오수로 인해 병원 내 다른 구역이 오염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기계설비도 설치됩니다. 전용 배수관을 설치하고, 폐수저장탱크도 구분해 사용하거나 소독·멸균처리해 배출해야 합니다. 

밀폐된 공간인 만큼 온·습도 유지도 중요해요. 하지만 팬 코일 유닛(Fan Coil Unit)과 시스템에어컨은 설치할 수 없답니다. 레지오넬라균 등 다른 병원균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죠.

이밖에 예비팬을 설치해 고장에도 대비하도록 꼼꼼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이 모든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비상시 시각·청각을 통해 경보가 작동됩니다. 

공조설비는 전용 급·배기 설비를 분리해야 합니다. 특히 급기는 전외기 방식이 적용됩니다. 배기는 필터를 통해 전량 외부로 배출되도록 설계하고, 배출 공기가 재순환되지 않도록 설치해야 합니다. 오염된 공기는 배출되기 전 헤파필터(HEPA·Highly Efficient Particulate Air filter)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한 뒤 외부로 배출하게 돼요. 이 헤파필터는 0.3 μm의 입자를 99,97% 이상의 오염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필터입니다. 

환기량은 시간당 12회 이상을 확보하도록 했답니다.

이러한 설비는 또 정전 등 사고로 인해 공조시스템이 멈추더라도 공기 역류로 인한 감염이 확산되거나 교차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역류방지댐퍼(Airtight Back Draft Damper) 갖춰야 합니다. 

 

글. 김주영 기자
자료 제공.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기계설비법센터 안장성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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