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이라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건설업체들에게 주어지던 특혜 같았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 면제제도를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건설업체들은 부도의 위험이 없다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제도 폐지를 반대하던 종합건설업계의 주장과 대금지급 보증은 원사업자의 부도·파산뿐만 아니라 계약내용 불이행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수급사업자가 대항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임을 주장하던 하도급업계 간의 대립도 일단락 났다. 물론 하도급업자들의 입장에서는 보증 면제 제도의 폐지는 당연한 처사로 공정위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급보증제도가 무엇인가. 하도급법은 건설위탁시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지급을, 수급사업자에게 계약이행을 각각 상호 보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에게 지급보증 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이로인해 전체 하도급 물량의 25% 이상에 과도한 예외가 적용되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졌었다.

세상에 예외가 없는 법령이 존재하기 어렵다지만 이정도의 예외라면, 제도의 도입 취지는 물론 상호보증의 균형성이 상실된 상태로 봐도 무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소관의 일반 법령인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벌써 6년전에 같은 내용을 가진 신용등급에 따른 지급보증 면제제도를 폐지해 하도급자 보호조치를 취했으나 그동안 특별법인 하도급법이 오히려 하도급자를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던 것을 바로 잡은 것이다.

종합건설업계는 지난 10년간 면제대상 우량 건설사의 부도가 한 건도 없었고, 면제 제도를 폐지한다면 실익 없이 대형업체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을 거슬러 살펴보면 허구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현대건설도 유동성 위기로 2000년 협력업체들에게 큰 고통을 줬었고 대우건설, 삼부토건, 쌍용건설, 삼환기업, 풍림산업, 고려개발 등도 부침을 거치며 하도급업체들을 도산시키거나 어려움에 처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은 경영 위험성이 제로이고, 도덕적으로도 완전무결해 계약불이행이나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맹신하고 하도급거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허구가 분명하다.

과거 경험에서 봤듯이 아무리 대기업이더라도 급격한 경영악화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고 혹여 하나의 대기업이 무너질 때 파생되는 수백개 하도급업체의 연쇄도산과 자재·장비업자 및 근로자가 받을 피해와 충격을 고려하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제도 폐지는 당연한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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