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막는 것이다
인지방환, 귀재방지미연(人之防患, 貴在防之未然) - 유몽인(柳夢寅), 어우야담(於于野譚)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어우야담은 조선 선조 때 탁월한 문장가였던 어우당(於于堂) 유몽인이 지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중 한 농부가 호랑이가 나타날 것을 미리 경계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몽인은 이를 빗대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대비해야 근심이 사라진다고 훈계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재난을 당하고 나서 뒤늦게 법석을 떠는 행동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한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전 세계로 번져가는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부산행’을 다시 보게 되었다.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주인공 석우는 딸 수안과 함께 이혼한 아내가 있는 부산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탄다. 출발 직전, 다리를 물려 감염된 소녀가 기차에 올라타고, 소녀는 승무원을 물게 되고, 열차안 사람들은 순식간에 감염되어 좀비로 변해간다. 열차 안의 TV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과격폭력시위로 국가재난상황을 발령했으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이는 조속히 마무리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방영된다.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통해 실상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정부 대변인의 거짓말과 투명하지 못한 태도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한다.

정부 대변인은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사람들은 태도와 행동이 불일치하면 긴장감과 심적 압박을 느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이나 태도, 둘 중 하나를 바꿔 둘 사이의 조화를 찾으려고 하는데, 이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영화 속 행정안전부 장관이 스스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는 행정가라고 생각한다면 바이러스를 퇴치할 방도를 마련하거나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을 통제할 방도가 없어서 태도와 행동이 불일치하다면,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된다. 

실제 어떤 나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곧 지나갈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발표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서 심각한 위험에 처해져 있다. 그럼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것을 국민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정당화하며, 스스로 자신이 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바이러스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대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방역 표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에 관한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는 문제의 정확한 출발점을 온 국민에게 알려 문제해결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역학 조사하여 동선을 공개하고, 노출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선제적 진단검사를 실시하여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역 절차는 유럽 여러 나라의 학교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 지역 감염 확산에 대처하는 31번 환자의 사례는 미국의 대학에서 연구 자료로 강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예방하는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예방하는 마음이란 재앙을 미리 막는 것, 재앙이 나타나면 이를 조속히 멈추도록 노력하는 것, 재앙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함께 건강한 환경을 구축하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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