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강희찬 교수

강희찬 교수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된다.

소위 ‘IMO 황(Sulfur) 2020’이라 불리는 규제로 선박연료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기준을 2019년 3.5%에서 2020년에는 0.5%로 낮추는 것이다.
한국도 국제해사기구 회원국이기 때문에 이 규제에 적용을 받는다.

1000톤 이상의 대형선박들은 연료 소비량이 많아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 황 함유량이 높은 중유(벙커씨유)를 사용하며 대형 컨테이너선은 하루에도 100톤 이상의 중유를 사용한다.

이러한 해양 대기오염배출의 문제는 공해보다는 육지와 가까운 항만에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의 강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 정부도 2019년 4월에 ‘항만지역등대기질개선에관한특별법’을 제정하고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평택·당진 등 5대 대형항만 인근 해역에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ECA)을 운영한다. 이들 항만은 한국 항만 물동량의 70% 이상을 차지할만큼 대형선박의 입·출항이 많아 대기오염 배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항만지역의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은 황함유율 기준이 보다 높은 0.1%를 만족해야한다.

해운사들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 0.5% 기준과 국내 대형항만 지역 0.1%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세 가지 대안 중에 적절히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운행 연료를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박 접안 중에 육상전원공급설비(AMP)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에너지로 쓰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황산화물 배출 저감장치를 배기구에 부착하는 것이다.

일단은 앞선 두 가지 대안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우선 첫째 연료를 바꾸는 선택은 크게 황함유율이 적은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인데,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이오연료를 연료에 혼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새로운 연료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소식은 바이오연료 생산업체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자트로파, 유채 등을 생산하는 농업 쪽에서도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기술개발 및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아직 단기적으로는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연료 자체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대안이 있다. 천연가스는 중유에 비해 황함유율이 월등히 적고, 미세먼지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게 배출된다.

저황연료로 천연가스의 사용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도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대형선박의 수주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천연가스로의 대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가스벙커링 설비이다.

여기서 가스벙커링이란 일종의 해상 주유소와 같은 개념으로 지금까지 중유 벙커링 설비는 전세계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나 가스벙커링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 한국도 태평양과 인도양을 지나는 대형선박들의 천연가스 주유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한국에 가스벙커링를 설치하는 타당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검토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옆 나라 일본, 중국 그리고 싱가포르 등 국가들도 앞다투어 가스벙커링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기회를 놓치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놓칠 수 밖에 없다. 관련 유관산업으로 철강, 시멘트 등에서의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대형 선박은 항구에 접안하고 있을 때도, 전력공급을 위해 중유를 이용한 선박 내 발전설비를 돌리고 있다. 만일 접안한 선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가 설치되고 이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그리고 미세먼지 배출량은 매우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형성되는 초미세먼지(PM2.5)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육상전원공급설비의 설치의무화가 시급한 실정이며, 한국의 5대 대형항만에 접안하는 대형선박에는 이 설비를 통한 전력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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