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의무화 불구 처벌 규정 없어 수자원 낭비 방치
현장에선 1회 물사용량 높여 설정 “법 있으나마나”

한국은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다. 특히 화장실과 욕실에서 소비하는 물의 양은 OECD의 다른 국가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 환경부가 양변기로 낭비하는 물을 막기 위해 절수형 양변기 설치 확대에 나섰지만, 시장 여건의 미성숙 등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 해소 등을 위해 절수형 양변기를 설치하는 등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한 시기다. 본지는 물의 날을 맞아 제도적 보완책, 절수형 양변기 기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절수형 양변기 통해 물 부족 국가 탈피한다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환경부가 생활 속 물 절약을 실천하고자 수도법을 개정해 절수용 변기 등 절수설비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정책 따로, 현실 따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고로 절수설비는 별도 부속 부품이나 기기를 장착하지 않고도 물을 적게 사용하도록 생산된 변기와 수도꼭지를 말한다.

당국이 ‘절수형 변기·수도꼭지(절수설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했음에도 현실은 여전히 절수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사이펀(Siphon)구조의 한계라 할 수 있다.

2018년 개정 시행 중인 수도법 시행규칙은 이전까지 수압에 따라 물 소비량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수압에 대한 기준 없이 단순하게 물의 총량(6ℓ)만으로 절수 여부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던 한계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신축 건축물 등에 의무적으로 절수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절수설비 기준을 보면, 변기 수압 기준은 98kPa(킬로파스칼), 물의 총량 기준은 6ℓ(소변기 2ℓ)로, 이 두 기준을 지켜야 한다. 특히 절수기준은 작동시간에 따라 사용되는 수량이 달라지는 만큼 각각 1초와 3초씩 누를 때 수량을 평균내 절수기준 만족 여부도 판단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설치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건축물 및 시설 △10실 초과 숙박업 △목욕장업 △체육시설업 △공중화장실 등이다. 대상 건축물은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절수형 변기(1회 물 사용량 6ℓ 이하)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물 절약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셈.

환경부는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의무대상을 확대, 건축법에서 정한 건축물과 지자체 조례로 정한 시설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절수설비 가운데 절수형 양변기를 설치하고도 사용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1회 사용량을 기준치보다 높여 설정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늬만 절수형 제품으로 둔갑해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

그 원인은 설비공학 관점에서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는 데 있다. 관련 규정에 맞춰 물을 소비할 경우, 세척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공용 배관이 막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소비자 불만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물 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관련 규정은 법으로 의무화했음에도 제재 관련 규정이 없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규정으로 전락했다. 수도법 상 관련 규정이 사문화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위생도기업체 관계자는 “절수형 변기에 대한 기준은 강화됐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무늬만 절수형’ 변기들이 여전히 버젓이 사용되는 현실”이라며 “절수설비(변기)를 설치하면 물 사용량이 45%가량 아낄 수 있는 만큼 현장에서도 법에 정해진 물 사용량에 맞게 사용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수형 변기를 사용하면 물 소비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시중 변기의 총 용량은 대략 12ℓ다. 한 사람이 하루에 6번가량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72ℓ를 사용하는 셈이다. 만약 변기를 1회 4ℓ짜리 1등급 제품으로 바꾸면 하루에 한 사람당 48ℓ를 절약하게 된다. 5000만 인구를 곱하면 연간 절약되는 물 소비량은 약 9억톤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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