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떠나보내지 않는다
매경한고 발청향(梅經寒苦 發淸香) - 시경(詩經)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매화꽃은 추위의 고통을 거쳐 핀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고난을 극복하고 뜻한 바를 성취한다거나, 고난을 당해봐야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비유로 쓰인다.

우리 조상들이 매화를 좋아한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어나는 하얀 꽃과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즉 ‘매향’(梅香) 때문일 것이다. 

임시정부 시절 백범 김구는 우리나라가 국권을 되찾은 다음 문화강국이 되기를 소원했다. 그는 부강한 나라보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고 싶어 했다.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사랑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라고 했다. 나라를 잃고 이국땅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김구는 매화를 좋아하던 우리 조상들처럼 다함께 행복하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보다는 자신이 믿고 바라는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세상의 중심에 놓은 마음이 무엇인지와 무엇을 바라는지 하는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  

트리나 포올러스의 우화소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는 사람들의 욕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줄무늬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에서 하는 여러 행동, 이러한 행동을 일으키는 계기를 유추할 수 있다.

심리학자 앨더퍼는 사람의 욕구를 존재 욕구, 관계 욕구, 성장 욕구의 3단계(ERG)로 설명하는데, 줄무늬 애벌레의 행동을 이런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살기 위해 배고픔을 채우는 행동은 존재의 욕구에서 나온다. 다른 애벌레가 하는 행동을 보고 그걸 따라하는 행동과 다른 애벌레와 특별한 사이가 되는 것, 다른 애벌레를 이기려는 행동은 관계에서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힘들고 어려운 고치의 상태를 이겨내는 행동,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은 성장을 하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작은 줄무늬 애벌레의 행동은 아무런 뜻 없이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다. 자신보다 세상의 모든 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마음으로 나비가 된 것이다. 나비가 되기 위한 한걸음 한걸음은 단계별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며 사람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존재와 관계의 욕구는 부족하면 결핍을 느끼고 채워질 때까지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이에 비해 성장의 욕구는 긍정적이고 누구나 꿈꾸지만 마음의 중심에서 빗겨날 때가 많다. 

꽃을 피워야지, 세상이 춥다면 그냥 씨앗인 채로 있지 뭐, 나라를 되찾고 문화의 힘으로 여러 나라와 행복을 나눠야지 하는 마음, 나라가 없어도 배만 곯지 않으면 되지 하는 마음, 서로 다른 마음과 생각들이 한 사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을 해야 하고, 혹은 선택을 당하고 다음 상태로 나아간다.

누구나 자신의 성장을 바란다고 하지만 중심에 놓인 마음이 존재와 관계, 성장 중에서 무엇인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하거나 수동적으로 선택을 당한다.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장 욕구에 대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은폐나 위선, 외면하는 마음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지금 당신이 세상의 중심에 놓은 마음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은 과거로부터 영향을 받고 과거의 것은 새로운 것에 영향을 준다.

고난을 극복하고 꽃을 피우려는 성장의 마음을, 개인에서 더 나아가 세상의 중심에 마음을 놓는다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행복한 현재의 풍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